18일 오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 별채 경매가 진행된 서울지법 서부지원 408호 법정.감정가의 두 배가 넘는 16억4,800만원에 낙찰되자 취재진, 방청객들로 가득찬 법정은 일순간 "와!"하는 경탄으로 뒤덮였다. 이어 낙찰자가 전씨의 처남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한 켠에서는 "그 매형에 그 처남이네"라는 수근거림이 흘러나왔다.
지난 4월 열린 재산명시 재판에서 전씨는 "내 현금재산은 29만1,000원이 든 예금통장이 전부"라며 추징금 2,205억원을 못 내겠다고 버텼다. 재판부가 "왜 친척들이 대납해주지 않느냐"고 묻자 전씨는 "그 사람들도 겨우 먹고 사는 정도여서 도와줄 형편이 못 된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자신과 가족 모두 '빈털터리'라는 전씨의 변명과 달리 법원에 신고된 전씨 직계 존비속의 재산은 50억원대이며, 언론의 추적 등으로 드러난 친인척들의 재산규모는 최소 250억원대에 이른다.
더구나 검찰은 전씨가 거액의 비자금 중 상당액을 아들을 통해 빼돌렸다는 정황을 포착, 수사를 진행중인 상황이다. 전씨의 차남도 수십억원대의 비자금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가 포착돼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애지중지하던 진돗개까지 경매로 한때 빼앗긴 데 이어 별채마저 내놔야할 위기에 처한 매형을 위해 사재를 턴 이창석씨의 가족사랑(?)를 탓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씨의 '베팅'은 친척들도 추징금을 도와줄 형편이 못 된다는 전씨의 변명이 국민을 번롱한 행위였음을 입증한다. 전씨는 "1차 경매에서 감정가의 2배이상을 써내는 식의 파격적인 경매는 보다 처음 본다""이건 법집행을 우습게 만들려고 하는 코미디"라는 이날 방청객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할 것이다.
김명수 사회1부 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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