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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약이되는 TV" 藥주려다 病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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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약이되는 TV" 藥주려다 病줄라

입력
2003.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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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건강 버라이어티 쇼 '약이 되는 TV'(화 저녁 7시5분·사진)가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소개, 시청자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약이 되는 TV'는 정보와 오락을 결합한 이른바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으로 시청자가 제보한 민간요법에 대해 1∼2주의 실험과 전문가 평가를 거쳐 최고 300만원까지 상금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4일 첫 방송에서는 우유식초 다이어트와 들국화 샴푸를 이용한 두피 아토피 치료법, 11일 2회 방송에서는 감기에 효과가 있다는 '계란 술' , 날다람쥐 똥 끓인 물을 이용한 생리통 치료법이 각각 소개됐다.

문제는 민간요법으로 엄청난 효험을 봤다는 의뢰인의 체험담이 상세히 소개되고 의사 한의사 대체의학전문가 등이 그 가치를 돈으로 매김으로써 민간요법에 대한 맹신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의들이 부작용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이 경고보다는 체험담과 돈으로 환산된 가치에 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120만원의 감정가를 받은 우유식초 다이어트는 인터넷 검색어 10위권에 들고 게시판에 체험기가 줄지어 오르는 등 폭발적 반향을 불렀다. 그러나 일부 시청자는 "속이 아프고 어지럽다", "설사, 변비가 생겼다"는 등의 부작용을 호소했고, 위경련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경우까지 있었다. 잡음이 일자 제작진은 18일 게시판에 "우유 알레르기가 있거나 위염, 위궤양 환자, 소양인은 피해야 한다"는 안내문을 띄우기도 했다. 이제권 PD는 "알음알음으로 전해지는 건강 비법을 공유하자는 취지"라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 직후 일반인이 제보한 건강 미용 다이어트 정보를 소개하고 연예인 등이 직접 검증해 보는 일본 TV도쿄의 '해결! 약이 되는 TV'와 프로그램명과 구성 형식이 비슷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제목이 같은 것은 우연의 일치이고, 일본 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간·가정 요법을 오락 요소와 섞어 소개한다는 프로그램의 기본 컨셉의 유사성은 차치하더라도, 의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건강 정보에 대한 시청자의 맹신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이오영 한양대 소화기내과 교수는 "식초는 많이 먹을 경우 위를 자극할 수 있어 면밀한 독성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며 "문제가 생긴 후 위염이 있으면 먹지 말라 했지 않느냐는 식으로 시청자에게 잘못을 떠넘기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명기 가톨릭의대 소화기내과 교수도 "약이 없던 시절 식품에 의존하던 건강 요법이 좋은 약이 많이 나와 있는 지금까지 횡행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거의 임진왜란 당시의 건강상식"이라고 꼬집었다.

11월 한 달간 지상파 TV 의료·건강 프로그램에 대한 중점심의를 벌이고 있는 방송위원회도 이 프로그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방송위 관계자는 "모니터 결과, 몸무게가 몇 ㎏, 허리가 몇 인치 줄었다는 식으로 구체적 수치를 제시함으로써 시청자의 과신을 부른다든가, 충분한 검증 없이 의뢰인의 경험만으로 요요현상이 없다고 단정적으로 소개한 것 등은 심의규정에 명백히 저촉된다"며 "앞으로 방송을 좀 더 지켜본 뒤 제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정단 구성에 대해서도 의료인의 광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현실에서 간접광고 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송위 관계자는 "제작진이 임의로 의사를 섭외해 출연시키는 현행 방식은 문제가 많다"면서 "공신력 있는 단체의 추천 절차 등을 거쳐 방송에 출연시키는 방안을 방송사에 제안,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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