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막내 동생 철아.정말 오랜만이지? 벌써 일년, 아주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느낌이다. 며칠 전 네가 그리워 흐르는 눈물만 훔치며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요즘 들어 더욱더 네가 보고 싶구나. 누나에게 넌 정말 큰 힘이었는데…. 힘들고 지칠 때 "누나야, 힘내" 하던 너의 말 한마디에 다시 마음 다잡고 일어서곤 했는데. 요즘은 너무도 힘이 든다.
네가 너무도 좋아했던 조카 별이, 달이는 너를 세세한 부분까지도 기억해낸다. 내가 잠시 널 잊고 있으면 "승철이 삼촌은 하늘나라에 있지?" 하면서 너의 존재를 내게 일깨워준단다. 마치 잊으면 안 된다는 것처럼. 덕분에 누나 머리 속엔 네가 가득 차 있다.
넌 참 꿈 많은 대학생이었지. 애교도 많고. 기억 난다. 집에 오면 "엄마 같다"면서 귀 청소 해달라고 내 무릎 베고 누워서 TV도 보고, 과자도 먹고 했지. 늦게까지 TV 보다가 조카를 꼭 끌어 안고 자고. 자세를 다시 바로 해주면 어김없이 불편한 자세로 되돌아 가버리는 널 보면서 누나는 엄마, 아버지 없이 힘들어 하는 네 모습이 측은해서 여러 번 울었단다. 그건 몰랐지? 항상 너에겐 강한 누나, 포근한 누나로 남고 싶어 눈물 보인 적 없었지. 성격이 유난히 비슷해 너도 나를 많이 좋아했던 것 같다.
철아. 오늘 밤 누나 꿈 속에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찾아와 주지 않으련. 벌써 일년이란 시간이 흘렀는데 넌 한번도 나타나 주지 않는구나. 부탁이야, 꼭 한번 만나러 와줘. 누나는 좀 더 편하게, 맛있는 것, 좋은 옷 해줄걸 하고 바보처럼 후회한다. 살아있을 때 너무 못해 준 게 미안해. 울어도 울어도 시원해지지 않는 울음을 넌 아니?
하지만 철아, 너무 걱정마. 나도 다른 누나들도 네 몫까지 최선을 다해서 살아갈 거야. 네가 우리 곁을 떠날 때 세상에 없었던 조카가 일년 사이에 셋이나 태어났단다. 시간은 또 다른 행복을 주는가 보다. 우리 막내 보고 있지? 누나들 열심히 사는 거 지켜보고 있지? 엄마랑 아버지랑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어. 사랑하는 막내, 또 편지 쓸게. 사랑해. 순천에서 누나가.
/이승애·전남 순천시 연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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