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9일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273명에서 299명으로 늘리기로 한 전날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3당 합의를 뒤집었다.한나라당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당론은 273명 고수"라고 못박고, 정개특위 간사인 김용균 의원을 교체키로 했다. 이재오 사무총장은 "의원 정수 증원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우리가 겉으론 273명을 내놓고 속으론 증원을 선호하는 이중 잣대를 가진 것처럼 국민에게 보이게 한 데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김 의원 문책론을 폈다.
전날 합의 직후 "당론은 협상의 기초일 뿐이고 협상엔 상대가 있는 만큼 합의를 존중한다"고 했던 홍사덕 총무도 이날은 "어차피 당의 재가를 받는다는 전제로 이뤄진 합의"라며 뒤로 물러섰다. 당 지도부는 지난 주 "지역구(경남 산청·합천)가 선거구 인구 하한선 경계에 걸려 있는 김 의원이 협상창구를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김 의원에게 사퇴를 종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 저변에는 "김 의원이 당론을 무시했다"는 것보다는 "너무 일찍 속내를 드러내 협상입지를 좁혔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의원 정수를 늘리더라도 다른 현안과 연계해 당론을 최대한 관철한 뒤 합의해줘도 늦지 않은데 협상이 시작되자 마자 덜컥 받아들여 당의 꼴이 우습게 됐다"는 것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작은 것부터 타협했어야 했다"며 "이런 큰 문제는 나중에 주고받을 수 있는 협상카드로 써야 한다"고 말해 앞으로 의원 정수 증원을 수용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의원 정수 늘리기에 부정적인 국민정서에 편승해 명분을 취하고, 협상과정에서 다른 당에 떠밀려 증원을 수용하는 모양새로 실리도 챙기겠다는 속셈인 셈이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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