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오너 가운데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처음 소환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재계서열 10위의 금호는 이번 수사에서 이른바 5대 그룹외에 '+α'에 속하는 기업으로 그동안 관심권 밖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전략경영본부 오남수 사장에 이어 박 회장 소환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외로 '중핵'일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안대희 중수부장은 그 동안 "기업규모와 수사강도가 반드시 정비례하지는 않는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었다. 이는 회사 규모와 비자금 또는 불법 대선자금의 규모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이해된다.
금호의 경우 대표적인 호남 기업으로 지난 정부 시절 정권과의 유착설이 심심찮게 흘러나왔었다. 2000년 4·13 총선 당시 권노갑 민주당 고문이 당에 전달한 100억원 중 50억원의 출처도 금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에 상당액의 대선자금을 건넸을 가능성은 쉽게 추론할 수 있다. 역으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금호가 정권교체 가능성에 대비해 거액의 '보험금'을 한나라당에 건넸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또 금호는 수사초기 이미 거액 비자금 조성 사실이 수사망에 포착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로선 가장 확실하고 손쉬운 기업부터 처리함으로써 나머지 기업들에게 경고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를 노렸을 수도 있다. 어쨌든 그룹 총수에 대한 소환이 시작되면서 이미 출국금지 조치된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나머지 기업 오너들의 소환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이날 이뤄진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장과 송광수 검찰총장의 면담은 향후 대선자금 수사를 둘러싸고 재계와 검찰 사이에 전개될 '여론전'의 서막으로 풀이된다. 재계가 강 회장의 검찰 방문을 통해 '저자세'를 보인 이면에는 고도로 계산된 복선이 깔려 있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그룹 총수가 소환되고 LG홈쇼핑에 대한 압수수색이 LG그룹 계열사의 동반 주가하락으로 연결된 이날, 재계 대표의 검찰 방문은 경제불안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한껏 고양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더불어 검찰에 고개를 조아리는 모습은 직접 책임이 있는 정치권보다 엉뚱하게 재계가 곤욕을 치른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동정심 유발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수사기간 단축 요구는 표면적인 이유고 사실은 여론을 의식한 '몸 낮추기'라는 분석이 나왔다. 송 총장은 강 회장의 경제 고려 요청에 "검찰도 수사가 장기화 돼 경제에 주름살을 줘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면서도 "국민들이 바라는 수준까지 수사를 해 내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직 이렇다 할 협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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