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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완전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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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완전한 사랑

입력
2003.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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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완전한 사랑'(토·일 밤 9시45분)을 볼 때 TV 볼륨을 평소보다 줄여놓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장면이 비명으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 영애(김희애)는 자신이 시한부 인생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모든 일에 소리를 지르며 감정을 쏟아낸다. "돈을 줄테니 내 아들과 이혼하라"는 시아버지(김성원)에게 자신을 '학대'했다며 맞서고, 나름대로 화해를 청한 시누이(박지영)에게는 들고 온 선물을 집어 던진다. 그녀는 친정어머니(정혜선)에게도 자신이 차비로 주는 돈을 받지 않는다며 울음을 터뜨린다.지나칠 정도로 직설적이고 좀처럼 감정을 절제하지 않는 드라마 속 인물의 모습은 어찌 보면 현실에서 비켜나 있다. 그러나 '완전한 사랑'의 비명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것은 여자를 '슈퍼 우먼'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가족 공동체의 압력에 짓눌려온 한 여성의 마지막 외침이기 때문이다.

영애가 병에 걸리기 전까지 그토록 가혹한 시아버지의 구박을 견뎌야 했던 것은 그녀가 시우(차인표)의 '집안'에 어울리지 않는 여자이고, 그래서 시우까지 집안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자신만 없으면 시우는 재벌의 아들로서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영애는 모든 것을 참고 누가 보기에도 번듯하게 살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한다. 반대로 시우의 집안 사람들은 그 모든 행동이 '집안을 위해서'이기에 절대 생각을 바꾸지 않고, 영애를 받아들이면서도 마치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영애가 병으로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자 그녀를 둘러싼 현실은 하나 둘씩 '폭로'되기 시작한다. 영애는 시댁 식구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자신의 처지 때문에 참고 있던 시우와 그의 친구 지나(이승연)의 묘한 관계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린다. 역시 한 여자의 죽음을 다루지만 가족보다는 개개인의 일상과 차분한 심리 묘사에 충실한 KBS2 '로즈마리'와는 상반된 접근 방법이다. '완전한 사랑'은 김수현 작가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게 가정 속의 여성이 처한 현실을 드러내고, 이를 통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 그렇게 살아가는 이 땅의 주부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그러나 이런 카타르시스를 위한 비명이 과연 무엇을 해결할지는 의문이다.

'완전한 사랑'에서 영애의 모습이 용인되는 것은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상황과 그만큼이나 극단적인 가부장적 사고방식을 가진 시우의 가족 때문이다.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영애의 캐릭터는 여전히 긍정적이고, 이는 철없고 이기적으로 묘사되는 손아래 올케(허영란)와의 대비를 통해 더욱 강조된다. 그리고 결국, 영애는 죽을 때까지 가족의 미래를 위해 시우와 지나를 이어주려 하고, 시우의 가족에게 인정 받게 될 것이다.

이런 영애의 모습은 결혼 전에는 개인주의적 삶을 살다가 결혼 후에는 대가족의 충실한 며느리가 됐던 '내사랑 누굴까'의 지연(이승연)이나 남자에게 배신 당한 상처를 결국 재벌가의 '좋은 남자'를 통해 보상 받았던 '청춘의 덫'의 윤희(심은하)의 모습과도 겹쳐보인다. 세월이 지나도 가부장제 안에서 행복을 느끼는 여성의 모습은 그대로다. 김수현이 변하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한국사회가 그대로인 것일까.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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