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저지하려는 농민들과 손배·가압류 및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주장하는 민주노총 조합원 등 8만여명이 19일 오후부터 서울 도심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집회와 거리행진을 벌이며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특히 농민들이 집회 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등으로 진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전경버스 일부를 불태우고 경찰에 일명 '젓갈탄'을 던지며 격렬하게 시위를 벌여 양측에서 6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8개 단체로 구성된 전국농민연대(상임대표 송남수)는 19일 오후 2시부터 2,000여대 버스로 상경한 농민 8만여명(경찰 추산 7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여의도 한강둔치,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등지에서 전국농민대회를 갖고, 정부의 농업정책을 강력히 비난했다.
농민들은 대회에서 세계무역기구(WTO)와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쌀 수입개방 반대 한·칠레 FTA 국회 비준 추진 중단 등 10개 항을 정부에 요구했다. 한강둔치에 모인 농민들은 집회 도중 30m 크기의 대형 성조기 모형물을 불태웠으며 집회를 마친 뒤 오후 5시40분께 여의도공원을 지나 국회 앞으로 진출하려다 경찰이 저지하자 헝겊에 불을 붙여 전경버스 2대 내부로 집어던져 버스 일부가 불탔다. 대학로에서 집회를 마친 농민 6,000여명도 종묘공원에서 종로3가쪽으로 행진하다 저지하는 경찰에 각목를 휘두르고, 새우젓과 불가사리를 삭힌 액체로 섞어 만든 '젓갈탄'을 던지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과정에서 농민 30여명이 경찰이 휘두른 방패에 맞아 부상했고 전경 30여명도 다쳤다.
농민들은 이날 밤 늦게까지 서울 여의도와 종로 일대에서 경찰과 대치하다 해산했으며 이 가운데 700여명은 20일 국회를 항의 방문하겠다며 귀향하지 않고 서울역과 시청역 등에서 밤새 노숙 농성을 벌였다. 경찰은 이날 시위현장에서 농민 100여명을 연행했다. 이날 시위로 서울 여의도와 마포, 종로 일대는 밤 10시 넘어서까지 극심한 정체 현상을 빚어 퇴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경찰은 이날 폭력시위를 막기 위해 고속도로 진입로와 집회장 인근에서 검문검색을 실시, 공병과 쇠파이프, 각목 등 시위 관련 폭력용품 2,200여점을 압수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1,500여명도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역 앞에서 '손배·가압류 및 비정규직 차별 철폐 결의대회'를 가진 뒤 종묘공원으로 행진한 농민 시위대와 합류, 밤 늦게까지 시위를 벌였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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