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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이제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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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이제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입력
2003.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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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 회장 사망 후 반년도 지나지 않아 현대그룹 경영권을 놓고 정 회장의 미망인과 삼촌 및 정씨 일가가 벌이고 있는 소유권 분쟁을 보고 있노라면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도대체 자산규모가 10조원이나 되고 계열사들이 버젓이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기업집단의 리더십이 어떻게 하루 아침에 경영이라곤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는 부인과 해당 산업에 문외한인 삼촌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을까.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나기 전 아들들 간에 벌어졌던 이른바 '왕자의 난'이 아직도 세간의 기억에 생생한데, 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니 우리나라에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선진 기업운영 체제가 자리를 잡기는 아직도 요원한 듯 싶다.

현대그룹의 계열사에도 전문 경영인들이 있고 또 전문 경영인의 전횡을 막기 위한 이사회가 버젓이 존재한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에서는 전문경영인이나 이사회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포니 자동차 신화를 이끌어 냈던 현대차의 전문경영인들이 하루아침에 아파트 짓는 회사로 쫓겨 가더니 이제는 건축자재 회사 임원들이 해운, 택배, 증권사로 옮겨갈 판이다.

미국 GE의 잭 웰치 전 회장은 회장 재직 기간(20년)의 3분의 1을 투자해 후계자인 제프리 이멜트 현 회장을 준비시켰다. 바둑 황제 조훈현은 불과 몇 년 뒤 자신을 황제의 자리에서 밀어내게 될 '새끼 호랑이' 이창호를 제자로 키워 한국 바둑의 세계 제패를 이룩했다.

잭 웰치 전 회장의 부인이 GE를 이어 받고 조훈현이 이창호 대신 자신의 2세를 후계자로 고집했어도 같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을까.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다는 소위 재벌 기업들의 전문 경영인들은 항상 오너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여 자신의 후계자를 양성하는 것 보다는 자신이 얼마나 더 현직에 머물 수 있는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대우그룹이나 SK글로벌사의 경우에서와 같이 오너의 지시나 압력이 있으면 금융기관이나 주식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사기나 다름없는 회계분식까지도 관행적으로 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21세기 글로벌 초우량 기업의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오너건 전문경영인이건 스스로가 자신보다 더 뛰어난 후계자를 조기에 발굴하여 체계적이고도 지속적인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 영 걸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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