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원흥동에 자리잡은 고양자유학교. 전교생이 26명인 이 작은 학교의 학생들은 여느 학교와 달리 교과서로 공부하지 않는다. 대신 선생님이 제공하는 주제학습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수업을 받고있다. 초등과정의 대안학교인 이 학교 대표교사는 "주제수업을 통해 자기주도의 학습 능력을 길러주면서 여행이나 인간관계 프로그램 등의 감성교육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대안교육운동의 흐름을 타고 중·고교 대안학교뿐 아니라 초등 대안학교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학교형태를 갖춘 초등과정 대안교육기관은 대략 15개. 초등대안학교는 공동육아 가정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급증하고있다. 그러나 초등대안학교는 아직 걸음마 단계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어떤 곳에서 어떻게 가르치나
경기 광명시의 볍씨학교는 학습영역을 마음교과, 생각교과, 몸교과 등 3가지로 나눠 가르치고 있다. 마음교과 시간에는 명상 도예 풍물 등을, 생각교과에서는 과학 역사 수학 등을 가르치는 식이다. 이런 교과학습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만 진행되고 금요일에는 야외공부라는 체험학습을 실시한다. 하남의 푸른숲학교에서도 지척의 자연환경을 최대한 커리큘럼에 활용하고 있다.
대안학교는 학교 교육과정의 커리큘럼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커리큘럼을 만들어 가르치고 있다. 성적과 시험을 우선시하는 정규학교를 부정하는 만큼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학생들의 창의성을 키우는 내용의 커리큘럼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대안교육연대 김창엽 제도국장은 "아직까지 대안교육이 걸음마 단계여서 커리큘럼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와 정보교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등대안학교는 대부분 2000년 이후에 생겨나기 시작해 아직까지 역사는 일천하다. 전일제로 운영되는 학교로 광명의 볍씨학교, 고양의 고양자유학교, 부천의 산어린이학교 등이 있다. 학교라는 이름만 내걸었지 제대로 된 교실과 운동장을 갖추지 못한 학교도 상당수에 이른다.
초등대안교육의 어려움
대안학교 가운데 간디학교나 이우학교 등의 고교는 특성화학교라는 이름으로 제도권에 편입돼 있다. 그러나 초등대안학교는 학교로 인가를 받지 못해 진학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검정고시조차 만 15세부터 응시할 수 있기 때문에 초등대안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정규 중학교에 진학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대안학교로 진학을 원하더라도 중등과정의 대안학교가 많지 않아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더구나 의무교육법에 따라 취학아동을 정규 초등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게 돼있어 초등대안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는 범법자인 셈이다. 이에 대해 대안교육연대 김 국장은 "교육청에서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문제삼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며 "당장 이 법률로 처벌을 받는 사례가 생기면 곳곳에서 헌법소원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범법자가 되지 않기 위해 취학통지서가 나올 경우 '입학유예 신청서'를 제출하는 편법을 사용하는 현실이다.
이외에도 교사 부족문제와 열악한 교육여건 등도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다. 그러나 많은 대안학교들이 제대로 된 교육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학생정원이나 교육비를 크게 늘리지 않는 상태에서 교육을 진행중이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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