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17일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3,000명 수준의 재건지원군 중심으로 파병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이라크 추가 파병지침을 미국측에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국방부 관계자는 18일 "이번 SCM에서 한국 파병부대의 기능과 3,000명 이내로 한다는 구체적인 파병계획을 미측에 통보하지 않았다"며 "조영길 국방장관은 파병에 동참하겠다는 원론적 의미만 미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남대연 대변인은 "실무협의 과정에서 한국의 파병안을 미측에 통보했을 수 있는데다 언론에도 충분히 보도됐기 때문에 SCM에서는 직접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럼스펠드 장관은 SCM 직후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파병과 관련한) 한국의 공식발표가 있을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밝혀 한국의 파병안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이 말한 것(파병지침)이 그것(비전투병 파병)인지 나에게는 분명치 않다. 그러한 내용을 언론에서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군 안팎에서는 "언론에 보도가 되고, 실무선에서 논의가 됐다고 해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파병안을 미측에 통보하는 것은 그 무게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공식통보가 없었기 때문에 미국은 '한국이 결정할 문제'라는 애매한 반응을 보였고, 나아가 미국이 한국의 파병안을 수용했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엇갈린 해석이 나오는 묘한 상황이 됐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가 우리측 파병안을 '공식 메뉴'로 올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미국측과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기 위한 장치"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국방부 내에서는 미국이 3,000명이라는 규모에 대해서는 대체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부대 성격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개를 가로 젓고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책임지역을 맡아 치안유지를 담당해줄 것을 미국이 강력히 희망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파병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기보다는 추후협상 대상으로 남겨 시간을 벌려고 했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또 국방부 일각에서는 군의 희망사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재건지원군(비전투병) 중심의 대통령 파병지침에 맞서 국방부가 의도적으로 한미간 '공론화'를 회피하려 한 것일 수도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물론 국방부는 이에 대해 "절대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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