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현대측에서 받았다는 현금 200억원의 전달과정에 대한 현장검증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법조타운 일대에서 진행된다.담당 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3단독 황한식 부장판사는 18일 "변호인측의 요청에 따라 현금 적재·운송 실험 등 현장검증을 실시키로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1일 오전 10시 서울지법 인근 조흥은행에서 은행측 도움으로 현금 5억원을 각각 3억원과 2억원으로 나누어 무게를 잰 뒤 법원 로비로 이동, 미리 준비한 라면상자와 사과상자에 현금 무게와 같은 양의 '복사지'를 넣는다.
다음 차례는 '200억원을 40억원씩 약 5차례에 걸쳐 다이너스티 승용차로 운반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적재·운반 실험 과정. 재판부는 3억원짜리보다 2억원짜리 상자가 더 많았다는 증언에 따라 한차례에 40억∼50억원을 나를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일일이 검증키로 했다. 이 경우 총 24가지 형태로 '돈 상자 적재실험'을 하게 되며, 40억∼50억원 가량의 현금을 한번에 승용차에 싣는 것이 가능한지를 보게 된다. 이어 자동차 주행 실험은 공소사실의 이동경로인 '종로구 현대 계동사옥-하얏트 호텔-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뒤편' 대신 법조타운 주변도로로 대체했다. 재판부는 현장검증을 위해 '다이너스티 리무진'을 구하려 했지만 여의치 못해 현대상선의 한 임원이 사용 중인 다이너스티 승용차를 빌리는 것으로 현장검증 준비를 마무리 했다.
검찰측과 변호인측은 현장검증 방식 확정에 앞서 '현금 수송시 주행한 도로의 가파른 정도' '돈 전달이 사람들이 드문 토요일에 이뤄졌을 것이라는 정황' '공소사실과 달리 상자당 2억원씩 25상자, 최대 50억원을 옮겼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등 쟁점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재판부는 "다이너스티 승용차 제조사인 현대에 사실조회를 한 결과 '500∼600㎏(현금 40억원의 추정무게)의 물건을 싣고 승용차가 충분히 달릴 수 있다'는 소명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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