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한 시민단체가 장애인 고용비율이 법정 의무 비율보다도 떨어지는 한 기업이 광고에 시각장애인을 등장시켜 기업 이미지를 실제보다 과대 포장했다는 비판을 제기한 적이 있다. 제품 광고의 허위성이나 과대 포장에 대해 정부나 시민단체에서 문제를 지적한 적은 있었지만 기업 PR광고에 대해서도 진실성 여부를 이야기한 것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기업 PR광고는 소비자와 사회 전반에 호의적인 이미지를 확산하고 종업원에게는 자긍심을 심어주는 좋은 기업문화 만들기가 목적이다. 이 같은 목적 아래 만들어지는 기업 PR광고는 보통 계몽적·휴머니즘적 광고, 사회 책임적 광고, 기업 과시적 광고 등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계몽적·휴머니즘적 광고는 소비자의 호감도가 높다는 점에서, 사회책임적 광고는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선호한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는 광고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 PR광고도 메시지뿐 아니라 그 메시지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즉 진실성까지 고려하는 시대가 됐다.
1984년부터 20년 동안 꾸준히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를 역설해온 유한킴벌리의 기업 PR광고는 단연 돋보이는 진실성의 표본이라 말할 수 있다. 우선 캠페인 메시지가 초기의 '나무를 심자'에서 '숲을 조성하자', '자연선진국이 되자', '도시 숲을 만들자'로 바뀌며 한발한발 우리 생활 속으로 실천의 장을 옮기고 있다. 또 광고 제작에서도 인위적인 광고 효과를 배제하고 리얼리즘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
특히 라디오 광고에서 이 원칙은 단연 돋보인다. 통상 스튜디오에서 제작되는 라디오 광고와 달리 현장 녹음과 동시 녹음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나무가 물을 빨아올리는 소리, 달팽이가 사과껍질 갉아먹는 소리, 아기 토끼의 태동 소리, 아기 곰의 첫 울음소리 등 여느 자연 다큐멘터리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신비한 생명의 소리를 현장음 그대로 담기 위해 전국의 산천을 뒤지고 있다.
이런 수고 끝에 얻은 자연의 소리는 이제 도시민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전하는 작은 울림이 되고 있다. 진실을 이야기하고, 지키는 것이야말로 이제 기업 PR 광고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가장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최고의 크리에이티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철 민 오리콤 전략7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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