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와 강력한 부동산 투기 규제 등 만만치 않게 변하고 있는 국내 투자여건에 따라 외국의 채권과 주식에 투자해 상대적 고수익을 노리는 해외펀드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모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원·달러 환율 하락 등에 따른 환차익까지 기대되자 상당수 국내 은행 및 증권사들도 잇달아 해외펀드 상품 판매에 나서는 등 이제 '국제적 증권투자'가 일반인에게도 낯설지 않은 재테크 수단의 하나로 자리잡는 양상이다.외국기관 운용… 200여개 상품 시판
펀드 평가 전문업체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11월 현재 국내에서 판매된 해외펀드 상품은 200개 이상. 10월말 현재 국내 투자자금만도 1조원 내외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판매창구는 국내 외국계 기관 및 각 은행·증권사 등이지만, 운용은 대부분 피델리티, 프랭클린 템플턴, 메릴린치, 슈로더 등 영·미 계열의 국제적 투자기관이 맡고 있다. 세계 각 지역별 시장에 대한 분석과 영업망 등 글로벌 투자 노하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수익률은 주식형과 채권형이 다소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편입자산의 6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해외투자펀드 중 국민은행과 대한투자신탁증권 등이 판매중인 '피텔리티-태국펀드'의 연간 수익률은 12일 현재 88.75%에 달했고, '템플턴 타일랜드 펀드'도 80.11%를 기록했다. 이들 펀드의 3개월 수익률도 각각 9.80%, 34.19%를 기록 중이다.
태국 등 아시아권 외에 라틴아메리카와 동유럽 지역 투자상품의 수익률도 높은 편이다. 슈로더가 운용하는 '라틴아메리카펀드'의 경우 연수익 59.29%를 기록 중이며, 메릴린치의 '유럽오퍼튜니티펀드'도 54.12%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이 같은 수익률은 국내 상위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3개월 10%대, 6개월 30%대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만만찮은 수준인 셈이다.
반면 채권형은 하반기 이래 각국의 금리상승세에 따라 채권값이 하락하면서 상위 20위권의 최근 3개월 수익률도 5%에 미치지 못하는 등 부진한 편이다. 특히 일부 미국 국공채 투자펀드의 경우 3개월 수익률이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해 주의가 요구된다.
국내 은행·증권사도 잇달아 판매 나서
해외펀드 투자는 최근 국내 은행과 증권사 등이 잇달아 판매에 나서면서 국내 일반투자자들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만도 씨티·HSBC은행 등 외국계 은행에 이어 대우증권과 한투·대투·제일투자증권, 한미은행 등이 시판상품을 내놨다.
대우증권이 11일부터 판매에 들어간 '글로벌채권펀드'와 '이머징마켓펀드'는 각각 프랭클린 템플턴과 슈로더가 운용하는 상품이다.
'글로벌채권펀드'는 선진국 국채와 통화 등을 중심으로 분산투자하며, '이머징마켓펀드'는 이머징마켓(신흥시장) 국가의 국채를 중심으로 투자한다. 최저 가입금액은 달러화 기준으로 2,000달러이고 1,000달러 단위로 투자할 수 있다. '글로벌채권펀드'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은 23.23%이고, '이머징마켓펀드'는 1997년 펀드설정 이후 94% 정도의 수익을 기록 중이라고 대우증권은 전했다. 연 2% 내외의 비과세 수익이 추가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선진국과 이머징마켓의 주식,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메릴린치 글로벌자산배분펀드'를 10일부터 판매했다. 이 펀드는 전세계 주식의 비중을 45∼65% 범위 내에서 조정하는 것은 물론 국가별 비중도 유연하게 조절하는 혼합형이다.
대한투자증권도 '피델리티 미국고수익채권펀드'와 '슈로더 아시안채권펀드'를 19일까지 판매했고 일본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피델리티 일본주식펀드'도 취급하고 있다.
이밖에 제일투자증권은 매월 배당을 받는 '푸르메리카 하이일드펀드'를 주력 해외펀드로 판매하고 있으며, 씨티은행은 메릴린치 슈로더 등 세계 유수 4개 자산운용사의 대표적인 펀드를 하나씩 골라 '베스트 오브 베스트 해외투자펀드'라는 이름으로 연말까지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한투증권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분산차원에서 해외펀드 가입을 고객에게 권하고 있다"며 "그러나 해외펀드의 경우 통상 1∼2개 통화에 대한 헷지투자 등 파생상품적 성격이 가미될 수도 있는 만큼 가입 전에 위험사실에 대해 충분히 듣고 투자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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