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 조그만 금형공장을 운영하는 사업가가 있다. 한국 노동자들은 쇠를 깎는 금형작업을 꺼려서 이곳은 3D업종 사업장으로 통한다. 그래서 이 사업가는 20여명의 종업원 중에 7명을 인도네시아 노동자를 쓰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에 의지하여 사업을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노동자와 비교하여 월급은 적게 받지만 생산력은 훨씬 높다는 것이 그의 평가이다. 적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은 코리안드림이 있어 일을 열심히 할 뿐 아니라 회사와 사장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강하다고 한다.■ 이 사업가는 요즘 혼란스럽다.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단속 등 정부의 외국노동자 정책이 어떻게 변해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병역특례 고용업체로 지정받아 종업원을 비교적 수월하게 공급받았으나 곧 이런 특례사업체에서 졸업하게 된다. 일자리가 없다고 야단이지만 국내 근로자들은 그의 3D작업장을 꺼린다. 뿐만 아니라 내국인 노동자의 인건비는 높고 생산력은 떨어지고 까탈스럽다. 외국인 노동자를 충분히 고용할 수 없다면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든지 문을 닫아야 할 갈림길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이 사업가는 생각한다.
■ 불법체류 외국인 단속이 시작되자 아우성이다. 공단은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잠적과 출국으로 가동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한다. 또 자살하는 노동자가 생기고 있다. 같은 신분인 중국동포 3,000명이 집단으로 국적회복신청을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요즘 유행하는 용어로 풀이하면 '외국노동자 대란'이란 표현이 가능할 것 같다. 당국이 추산하는 불법체류 외국인이 10여만명이라고 하니 한번의 단속이 초래할 소동을 짐작할 수 있다. 사실 합법적인 체류자 20여만명도 체류기간을 넘기면 바로 불법체류자가 된다. 불법이든 합법이든 우리나라는 이제 30여만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안고 사는 사회가 되었다.
■ 30만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 산업에 기여하는 역할은 크다. 또 이들이 본국으로 보내는 송금이 그들의 가족과 사회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2만명 몽골인이 본국에 보내는 송금이 몽골경제에의 기여도가 10%에 이른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 사회가 이쯤 커지면 국내적으로는 온갖 사회문제의 온상이 되고, 나라밖으로는 외교적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 잘 사는 선진국은 거의 불법체류를 포함한 해외노동자 문제를 안고 있다. 그리고 완전한 해결책을 갖고 있는 나라는 없다. 해외인력을 많이 쓸수록 파생되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김수종 수석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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