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서울시내에서 부유층 노인을 상대로 한 강도살인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대낮 서울 도심 가정집에서 80대 노인과 50대 파출부가 살해된 뒤 불에 탄 채 발견됐다.발생 18일 오후 3시11분께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서울시장 공관 부근 김모(87)씨의 2층 단독주택(연건평 110여평)에서 불이 나 9분 만에 저절로 꺼졌으나 1층 건넌방에서 김씨와 파출부 배모(57·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김씨는 머리에 둔기를 맞고 일부 불에 탄 채 침대 위에 누워있었고, 배씨는 외상없이 불에 탄 채 바닥에 숨져 있었다. 안방 침대에 있던 생후 2개월 된 김씨의 증손자는 가벼운 화상을 입고 이불에 싸인 채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인근에 살고 있는 김씨의 손자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보일러를 고치러 수리공이 찾아와 초인종을 눌러도 대답이 없다고 한다'는 전화를 걸어 와 달려가 보니 집안에 연기가 가득 차 있어 경찰에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주변 숨진 김씨는 3남4녀를 두고 있는데 둘째 아들집에 살다 7 년 전부터 출판업을 하는 큰아들(63)과 서울 정릉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맏며느리 오모(62)씨 내외와 함께 살고 있었으며 현장에 있었던 증손자는 인근에 살고 있는 손자 며느리가 이날 맡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며느리 오씨는 "아침 9시50분께 출근하면서 파출부에게 고장 난 보일러를 고치라고 해 보일러 수리공이 집을 찾았는데 응답이 없다고 전화가 와서 며느리에게 가보라고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아버님은 나이가 많이 드셨어도 지병없이 정정했으며 가족 모두 주변에 특별한 원한을 가질 만한 일이 없다"고 말했다.
수사 경찰은 2층 소형금고가 털리지는 않았으나 곡괭이로 열려고 한 흔적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금품을 노린 강도들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특히 1층 안방에서 혈흔이 발견됐으나 시체는 건넌방에서 발견된 점으로 미뤄 2∼3명의 강도가 안방에서 김씨 등을 살해한 뒤 건넌방으로 옮겨 화재로 은폐하기 위해 불을 지르고 달아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특히 지난달 9일 발생한 서울 종로구 구기동 일가족 3명 살인 사건 등 잇따른 부유층 대상 살인사건과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도 조사중이다. 그러나 경찰은 현재까지 별다른 피해사실이 확인되지 않는데다 대낮에 김씨 등이 잔인하게 살해된 점으로 미루어 강도를 위장한 원한 관계에 얽힌 살인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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