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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남국의 낭만·순수한 자연 "겨울을 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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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남국의 낭만·순수한 자연 "겨울을 잊다"

입력
2003.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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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끝 시려오는 겨울의 초입, 열대의 바닷가를 꿈꾼다. 한낮의 태양이 자취를 감추고 인적이 끊긴 해변엔 주인없는 의자만이 석양에 나뒹군다. 셀라맛 (Selamat, 안녕) 말레이시아! 사계절 여름인 상하(常夏)의 나라 말레이시아에서 자연에 흠뻑 빠져보고 싶다면 랑카위 섬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 거제도와 비슷한 크기의 이 섬은 짙푸른 바다 위에 보석처럼 박힌 99개의 섬과 떠오르다 사라지는 5개의 조그만 섬으로 이뤄진 군도. 섬의 크기는 서로 다르지만 제각기 은빛보다 고운 모래를 뽐내며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22년의 장기 집권을 마치고 최근 정권을 이양한 마하티르 전 수상의 고향인 케다 주(洲)에 위치한 랑카위는 수도 콸라룸푸르에서 국내선 여객기로 한 시간 남짓이면 도착한다. 아열대의 따가운 태양빛에 눈이 부시지만 대자연의 상큼한 공기가 우리나라의 한여름과는 차이를 느끼게 한다. 주민들은 모두 친절하고 짧은 영어 몇 마디면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랑카위는 정책적인 휴양지답게 전 지역이 면세 지역이고 별 다섯짜리 특급 리조트만 10여개를 헤아린다. 절대 고요를 내세우는 탄중루 리조트와 다타이, 그리고 펠랑기 리조트등 저마다의 특색 있는 시설과 고객 서비스로 여행객을 붙잡는다.

하루 정도는 리조트에서 편안한 여유를 즐겨보자. 영화 쇼생크 탈출의 마지막 장면을 기억한다면 팀 로빈스가 부럽지 않을 한가로운 생활을 만끽할 수 있다. 일상에서 벗어나 느즈막이 눈을 뜨면 따사로운 햇살이 창가를 두드린다. 뷔페식으로 차려진 레스토랑에서 가벼운 식사와 커피 향을 음미하고 한발짝만 움직이면 바로 해변에 다다른다. 리조트의 프로그램은 어느 곳보다 다양하다. 윈드서핑과 낚시, 보트 크루즈와 스노클링, 대자연의 동굴탐험과 바다가 보이는 18홀 골프장까지…. 혹 피로를 느낀다면 마사지 서비스까지 가능하다.

오후가 되면 수영장에 발을 담가 보자. 모든 리조트의 수영장들은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무료로 제공되는 음료수를 마시며 한낮의 오수를 즐기다보면 어느새 저녁. 지는 해 주위로 슬금슬금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고 하늘엔 꼬마 별들이 하나둘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우리 입맛에도 맞는 말레이식 정찬 요리로 저녁을 마치고 재즈바에서 울려나오는 필리핀 악단들의 연주를 들으며 숙소에 들면 TV채널에서는 BBC방송을 들을 수 있다. 시간이 맞으면 한국 드라마도 간혹 방송되기도 한다. 지금 말레이시아에서는 'Autumn Sonata'로 번역되는 가을동화와 겨울연가가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호핑 투어(Hopping Tour)도 즐겨보자. 8∼12명까지 탈 수 있는 스피드보트나 크루즈를 타고 섬들을 돌아본다.

섬 모양이 하늘을 보고 누운 임산부를 닮았다고 해서 임산부의 섬이라 불리는 풀라우 다양 분팅(Pulau Dayang Bungting)섬. 리조트에서 출발하여 보트에 몸을 실고 20여 분을 달려 도착하면 침팬지크기의 야생 원숭이들이 먼저 반긴다. 섬의 가운데에는 빗물이 만든 천연 호수가 있어 구명조끼를입고 풍덩 뛰어들어 본다. 이 물을 마시면 불임여성들이 아이를 가진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다른 하루는 낚시를 즐겨볼 수도 있다. 보트를 타고 바다에 나가 릴 낚시를 해본다. 링 모양의 도구에 줄을 메고 추 밑에 생선 먹이를 달아 바닥으로 드리우면 순식간에 손끝을 자극한다.

싱아 베사(Pulau Singa Besar) 섬에 배를 대면 원주민들이 숲 속에서 해산물 요리를 준비하고 기다린다. 약간은 서투른 솜씨로 손질해온 생선회 맛에 혀가 즐거워지면 볶음밥과 함께 불에 구운 새우와 게가 수북이 담겨 온다. 소고기와 함께 뒤를 잇는 꼬치 요리. 삿데라 불리는 이 꼬치 요리는 주로 닭고기와 양고기를 재료로 한다. 바사 섬으로 옮겨 가면 바나나보트와 낙하산도 즐길 수 있다. 낚시와 호핑은 여행사나 리조트 팩키지 상품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개인적인 스릴은 옵션이다. 바나나보트가 20불(US), 모터 보트에 줄을 메고 바다를 한 바퀴 돌아보는 재미를 만끽하려면 30불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

랑카위를 상징하는 독수리 광장, 마하티르 수상이 세계의 지도자들로 받은 기념품들이 진열된 퍼다나 갤러리, 아시아에서 가장 큰 수족관중의 하나인 언더워터 월드 등도 들러볼 만한다. 하지만 뭐라 해도 랑카위의 매력은 역시 휴식과 충전이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이 가져다주는 선물이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는 곳, 멈춰버린 듯한 시간 속에 고요만이 깊어 간다.

/랑카위=사진·글 손용석기자 stones@hk.co.kr

여행정보

말레이시아항공과 대한항공이 코드 셰어를 운용하며 인천- 콸라룸푸르까지 1일 2회 주 14편 운행한다. 성수기 항공료는 60여 만 원(왕복)이고 비행시간은 직항 6시간. 화폐는 말레이시아 화폐를 사용하며 국내에서는 환전할 수 없다. US달러를 현지 화폐로 바꿔 사용한다. 화폐 단위는 RM(링깃)이고 1RM은 한화 310∼320원 정도. 1달러는 3.7RM이다.

열대의 나라이기 때문에 수영복과 선글라스등은 필수다. 이슬람 국민들은 오른손을 신성시하고 왼손을 불결한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에 왼손으로 악수를 한다거나 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여행문의는 말레이시아 관광청(02-779-4254, www.mtpb.co.kr), 말레이시아 전문여행사 여행이야기(02-735-3927, www.tourstory.com.my) 등을 통하면 된다.

26일까지 라마단… 한달간 금식 기간

이슬람이 국교인 말레이시아는 지금 라마단 기간이다. 라마단은 음력을 기준으로 하는 이슬람력 아홉 번째 달의 이름이다. 거리를 나서면 무더운 날씨에도 차도르를 쓰고 발목까지 옷으로 가린 여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 10월 26일부터 시작된 라마단은 인구의 60%에 달하는 무슬림들이 해가 뜰 때부터 질 때 까지 한 달 동안 금식하는 기간으로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알라신에 대한 헌신, 그리고 절제를 위한 시간이다. 무슬림들은 해가 떠있는 동안 음식은 물론 물도 마시지 않는다. 담배는 물론이고 심지어 부부관계도 금한다.

이 기간은 성스러운 달이기도 하지만 해가 지면 금식은 종료되고 거리는 화려한 축제의 장으로 변한다. 라마단이 고행과 인내의 기간인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무슬림들은 이 달이 오기를 기다린다. 금식 과정에서 유혹을 이기고 계명을 지켰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저녁에는 맛있는 식사와 편안한 휴식이 있기 때문이다.

라마단이 끝나는 올해 11월 25일과 26일은 하리라야 축제라 하여 국가 공휴일로 지정된다.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큰 축제로 전국의 모든 시민이 한데 어우러져 이틀간의 휴식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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