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이드 퍼즐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장르다. 거창한 룰이나 복잡한 조작법을 몰라도 순발력과 재치만 있다면 쉽게 즐길 수 있다. 한판한판 깨 나가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빠져드는 중독성 강한 장르이기도 하다.퍼즐게임의 대표작이라면 역시 테트리스다. 서울올림픽으로 한반도에 동서화합무드가 무르익던 1988년 러시아에서 홀연히 나타나 전세계에 퍼즐게임 열풍을 일으켰다.
테트리스와 함께 80년대 후반의 퍼즐게임을 대표하는 게임이 또 하나 있다. 바닥을 튀어 다니는 풍선공을 터뜨려 없애는 '팡'(1989)이다. '쫓고 쫓기는' 전통적 아케이드 게임의 룰을 따르면서도 상당한 전략과 재치 있는 손놀림이 요구되는 구성이 특징이다.
화면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풍선을 겨냥, 줄화살을 쏘아올린다. 풍선이 부딪혀 터지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진짜 게임이 시작된다. 한번 터진 풍선은 사라지지 않고 절반 크기로 나뉘어져 화면을 어지럽힌다. 멀뚱멀뚱 서 있다가는 순식간에 둘로 늘어난 공이 덮친다. 재빨리 움직이며 계속 터뜨려야 한다. 분열을 거듭하는 풍선은 너댓번 터뜨려줘야 화면에서 사라진다.
앞의 한 수를 내다보고 순간순간 빠른 판단을 요구하는 테트리스와 달리 팡은 판이 거듭될수록 장기적인 전략을 요구한다. 풍선은 보이는 대로 무작정 터뜨리기 보다 하나하나 작은 것부터 찬찬히 없애가야 한다. 생각 없이 줄화살을 남발하다간 화면 전체가 튀어다니는 공으로 뒤덮이게 된다. 이때는 무조건 벽쪽으로 달라붙어 목숨부터 부지하는게 상책이다.
팡은 특히 여성들의 사랑을 받았다. 파괴적인 슈팅게임이 판치는 오락실에서 커플이 나란히 앉아 함께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게임 중 하나였기 때문. 그 인기는 이후 '슈퍼팡', '팡3'로 이어졌다. 이 게임은 인터넷 에뮬랜드(www.emulland.net)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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