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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여행/덕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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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여행/덕유산

입력
2003.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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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겨울은 산꼭대기에서 시작한다. 눈도 먼저 내리지만 나무에 맺히는 서리인 상고대도 높은 산에 올라야 먼저 볼 수 있다. 해발 1,400m는 넘어야 한다. 그러나 한낮에 정상에 오르면 내린 눈이 녹아 상고대는 아예 자취를 감추고 만다. 높지만 빨리 오를 수 있는 산은 없을까. 덕유산, 지리산의 노고단, 태백산 등이 대답이다. 약간의 편법을 동원하면 이른 아침에 정상에 설 수 있다.해발 1,614m의 높은 산이다. 백두대간이 태백산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소백산, 속리산으로 이어지다가 지리산의 입구에 이르러 솟구친 산이다. 주봉인 향적봉을 중심으로 남서쪽으로 30여㎞에 이르는 능선이 뻗어 있다.

이 높은 산에 접근하기 쉬운 것은 발왕산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스키장인 무주리조트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리조트에서 해발 1,520m인 설천봉까지 관광곤돌라가 왕복한다.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는 약 20분. 산길이 험하지 않고 계단과 난간 등 산행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이나 어르신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 향적봉에선 적상산, 마이산, 가야산, 지리산, 계룡산, 무등산 등 중남부권의 아름다운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덕유산은 눈꽃도 피지만 상고대가 더 유명하다. 설천봉에서 향적봉으로 이동하는 등산로 좌우에 하얗게 상고대가 핀다. 기온이 영하일 경우에는 하루 종일 볼 수 있지만 낮에 영상으로 올라가면 사라지고 만다. 늦어도 오전 11시 이전에 산에 올라야 한다. 향적봉에서 중봉으로 가는 길이 압권이다. 주목 군락지로, 300∼500년생 주목이 약 500그루 자생하고 있다. 눈꽃이나 상고대를 피운 주목의 군락은 다른 세상 같다.

하산길은 향적봉에서 바로 백련사로 내려오는 길과 오수자굴을 거쳐 백련사로 내려오는 길이 있다. 백련사부터 무주구천동 33경이 펼쳐진다. 아름다운 풍광이다. 곤돌라는 오전 10시부터 운행한다. 무주리조트 (063)322-9000.

/권오현기자 koh@hk.co.kr

"눈꽃" 종류

눈꽃은 설화(雪花), 상고대, 빙화(氷花) 등 세 종류로 나뉜다. 가장 단순한 것이 설화이다. 말 그대로 눈이 나무나 풀에 쌓인 것이다. 가지를 흔들면 떨어진다.

상고대는 설명이 조금 복잡하다. 일종의 서리이다. 그래서 '수상(樹霜)'이라고도 한다. 국어사전에는 '나무나 풀에 눈처럼 내린 서리'라고 설명이 되어 있다. 나뭇가지가 머금은 습기가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면서 얼거나, 산꼭대기 같은 찬 곳에 구름이 스쳐가다가 얼어붙은 것이다. 결이 있고 단단하게 붙어 있어 가지를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는다. 낮은 기온이 계속되면 키가 자라기도 한다. '상고대'라는 말 자체가 어려운 것 같지만 한자어가 아닌 순 우리말이다.

빙화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 많이 볼 수 있다. 설화나 상고대가 녹아 흐르다가 기온이 급강하할 때 그대로 얼어버린 얼음이다. 가지 끝에 매달린 빙화가 햇살을 받으면 영롱하게 빛을 뿜는다. 그래서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빙화를 찾아 온 천지를 헤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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