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서울 강남 등지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정을 위반한 채 편법대출 경쟁을 일삼으며 사실상 부동산 투기를 조장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부동산 투기 등에 이용된 초과 대출금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강제회수 조치하겠다는 방침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투기지역 부당대출 3,000억원
금융감독원은 18일 서울 강남과 서초, 경기 분당 등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 위치한 시중은행 지점 50여 곳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 취급실태를 점검한 결과 총 4,000여건, 3,000억원에 달하는 부당대출 사례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이미 대출한도가 찬 고객들에게 무려 1,000억원이 넘는 돈을 더 빌려준 은행도 있고, 대출기간을 변칙적으로 적용해 교묘하게 LTV 기준을 어긴 은행도 있었다. A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1년여 동안 이미 LTV 한도까지 꽉 채워 대출을 받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기존 대출액의 20%까지 추가로 돈을 빌려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은행의 LTV 한도초과 대출규모는 1,130억원으로 전체 취급액(8,141억원)의 13.8%에 달했다. B은행의 경우 6월부터 3년 이하 대출에 대한 LTV 비율이 50%로 낮춰지자 대출기간을 '3년 1개월'로 바꿔 시가의 60%까지 대출을 해주다 적발됐다. 올 6월 이후 이 은행이 취급한 3년 1개월짜리 대출은 모두 4,192억원에 달했으며 LTV 규정(50%)을 위반한 금액은 약 300억원으로 추정됐다. C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주택담보가치 평가 때 2, 3개의 시세정보 제공기관을 지정해 가장 낮은 시세를 적용해야 하는데도 가장 높게 평가된 한 개 기관의 시가만을 적용해 7,591억원의 대출을 집행한 사실이 적발됐다.
초과 대출금 강제회수
금감원은 예상 외로 편법부당 대출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자 초과대출금 강제회수 등 강도 높은 제재대책을 강구중이다. 금감원은 1가구 3주택자 등 투기혐의자에 대한 대출의 경우 즉각적으로 초과 대출금을 회수하는 한편 차주(借主)가 실수요자라고 해도 향후 만기연장 때는 초과액을 강제회수토록 지시할 방침이다.
금감원 김중회 부원장은 "일부 은행 지점의 경우 은행 차원에서 집단적, 조직적으로 부당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정식 제재절차를 통해 위반내용이 무겁다고 판단되면 은행장을 포함해 대출에 간여한 주요 임직원에 대해 중징계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은행권 전체 주택담보대출은 9월말 현재 전체 원화대출금의 27.3% 해당하는 146조2,180억원으로 지난 해말보다 11.3%(14조8,78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내 주택담보대출은 12.6%(10조9,600억원)나 늘어, 은행권의 과도한 대출경쟁이 투기지역의 집값급등을 부추겼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