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배반자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영토를 점령하고 무장단체 지도자들을 체포·살해하는 데는 이스라엘에 협력하는 팔레스타인 첩자(제5열·fifth columnist)들의 활약이 한 몫하고 있다고 알 자지라 방송의 영어 인터넷판이 최근 보도했다.이 방송은 전직 팔레스타인 첩자들의 증언을 인용,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온갖 방법으로 매수해 이들로부터 얻은 정보를 통해 무장단체들을 단속하고, 점령지를 장악하는 데 재미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을 회유·공작해 첩자로 만드는 작업은 이스라엘 국내담당 정보기관인 '신 베스(Shin Beth)'가 맡고 있다. 이들의 회유 수법은 집요하면서도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흐메드 살림이라는 이름으로 이스라엘에 협력했다는 한 팔레스타인인은 "처음에는 길거리의 전봇대가 몇 개인지 알려달라는 식으로 쉬운 부탁을 하며 접근했다"며 "차차 특정인물의 움직임을 감시하라는 등 사안이 심각하게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 와중에서 신 베스의 공작과 협박이 워낙 집요해 나중에는 죄가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들의 요구대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증언했다.
첩자로 점찍은 이들을 함정에 빠뜨리거나 가족의 안위를 내세워 포섭하는 경우도 많다. 덕망있는 한 팔레스타인인은 매춘부로 변장해 접근한 신 베스의 여자 정보원에 넘어가 지역 명망가에서 졸지에 간첩으로 전락했다. 이스라엘은 그가 여자 정보원과 만나는 장면을 비디오테이프로 찍어 이 약점을 철저히 이용했다. 중병을 앓고 있는 아들을 예루살렘의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도록 통행증을 주겠다며 아버지를 회유하는 등 가족을 미끼로 내세우는 경우는 부지기수이다.
팔레스타인투쟁전선(PSF)에서 과거 이스라엘 협력자들을 색출해내는 임무를 맡아 했다는 알리 라주브는 팔레스타인인 첩자들의 유형을 5가지로 정리해 설명했다. 모스크와 대학,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의 동향을 파악해 보고하는 유형 이스라엘의 대의명분을 팔레스타인에게 확산시키는 유형 팔레스타인인들과 이스라엘 정착촌 주민 사이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팔레스타인 무장 지도자들을 체포·살해하는 유형 팔레스타인 교도소에 잠입해 수감돼 있는 게릴라로부터 정보를 빼내는 유형 등이다.
간첩으로 전락한 이스라엘 협력자들이 이로 인해 겪는 심리적·육체적 고통은 엄청나다. 죄책감을 견디지 못해 자신이 접촉하는 이스라엘 정보원을 살해하려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배신행위가 들통나 팔레스타인인들로부터 무자비하게 죽임을 당하는 협력자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무사 라주브라는 협력자는 헤브론 광장으로 끌려가 공개 총살당했고, 알란 바니 우다이는 이스라엘로부터 돈을 받고 무장단체 지도자의 거처를 알려줬다는 사실이 드러나 역시 처형됐다. 처형 현장에는 그의 가족은 물론 친척들 조차 나타나지 않았고 누구도 그의 시신을 묻어주기를 거부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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