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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각기자의 미국교육현장을 찾아서]교육개혁법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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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각기자의 미국교육현장을 찾아서]교육개혁법 "시끌"

입력
2003.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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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졸업생 10명 중 8명이 대학에 진학, 버지니아주에서는 명문고로 알려진 맥클린 랭글리고의 분위기가 엉망이다. 최고 수준의 대학 진학률이 알려지면서 한국 학생들도 꽤 선호하는 이 학교에 전혀 예상치 못한 '비보(悲報)'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버지니아주 교육청이 발표한 '2002∼2003년 미 연방 정부의 교육개혁법('No Child Left Behind Act'·NCLBA·'뒤쳐지는 학생은 없다') 기준 미달 학교' 명단에 '놀랍게도' 랭글리고가 포함됐다.학교 당국은 발칵 뒤집혔고, 학부모들도 사실 여부를 학교측에 문의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웠다. 학교측은 "히스패닉계 등 일부 그룹 학생들의 성적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교육개혁법 기준 미달학교로 결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흥분했다.

페어팩스 카운티의 파크론초등학교도 비슷한 경우. 이 학교는 올 초 주 교육청의 공립 초등학교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자체 파티를 열었고, 고무된 교장은 학생들에게 일일이 책과 캔디를 선물하기도 했지만 이번 교육개혁법 기준은 통과하지 못했다. 교장은 "학생 전체의 평균 점수를 올리는 데 소홀한 결과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불편한 표정이 역력했다.

미국 교육계가 NCLBA를 두고 시끄럽다. NCLBA 기준 충족 여부를 판단하는 주 교육당국의 잣대가 명확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버지니아주에서도 소위 'A학군'으로 통하는 페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 185개 중 기준 미달 학교가 무려 97개나 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논란은 더욱 달아오르고있다.

지난해 1월 부시 정부가 "획기적인 교육개혁법안"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법제화한 NCLBA는 2014년까지 공립학교에 다니는 모든 학생들이 읽기와 수학에 능숙하도록 한다는 것이 핵심. 각 주가 자체적으로 정한 '연도별 적정 수준(Adequate Yearly Progress·AYP)'에 2년 연속 미달하는 학교는 발전이 필요한 학교로 지정되고, 4년 연속 미달되면 학교 관리권 박탈 등에 이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반면 AYP를 웃도는 성과를 올린 학교는 지원금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등 채찍과 당근이 기다리고 있다.

NCLBA 기준 충족 여부 판단은 비교적 간단하다. 9만여개에 이르는 공립학교들은 3∼8년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읽기와 수학 등 2개 과목에 대해 시험을 치러야 하고, 각 주 교육청은 시험 평균 점수가 AYP에 미치는지를 따져 학교측에 NCLBA 충족 여부를 통보한다.

문제는 NCLBA의 타당성과 효율성이다. 캔사스주 올라드시 교육청 학교감독관 위머씨는 "향후 12년 내에 공립학교 재학생 100%를 읽기와 수학에 능통하게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무리"라고 말했고, 조지메이슨대 교육심리학과 제럴드 교수는 "질 높은 교사 확보 등 NCLBA 추진에만 870억 달러 이상이 소요돼 미 재정 여건으로는 도저히 감당키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법 입안에 깊숙이 간여했던 조지 밀러 상원의원은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예산을 다시 분배하면 재정 문제는 해결되며, 공교육 개혁을 위해서는 NCLBA밖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교육개혁법이 순항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워싱턴에서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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