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자부터 격주로 연재하던 '내차 꾸미기' 대신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명차들을 소개하는 '영화 속 명차'를 연재합니다. 필진인 최한승(39)씨는 제일기획 등 광고회사에 근무하며 틈틈이 자동차·영화 관련 기고를 해온 자동차와 영화 마니아로 자동차·영화 관련 업체 볼트 엔터테인먼트를 경영하며 '할리우드 모터쇼'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12월19일, 국내 최초로 영화 속 수퍼카들을 실제로 볼 수 있는 '할리우드 모터쇼'가 열린다. 이 모터쇼를 준비할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일보에 '영화 속 명차' 연재를 시작하면서 똑 같이 어려운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수많은 명차 속에 어떤 차를 첫번째로 내세울 것인가 하는 것이다. 고심 끝에 결론을 내렸다. 딜로리언.
1985년 전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백 투 더 퓨쳐'에서 타임머신으로 등장했던 자동차의 이름이다. 로버트 저메키스가 감독하고 마이클 J 폭스, 크리스토퍼 로이드가 주연을 맡은 그 영화를 본 수 많은 관객 중에서 그 자동차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의 자동차 마니아들 뿐일 것이라 생각한다. 딜로리안은 한 영국인의 이름에서 비롯된다. 존 딜로리안(John Z. DeLorean)은 한때 GM 폰티악 GTO의 디자인을 주도함으로써 자동차 업계의 무서운 신예로 각광 받았으며, 1970년대 초 젊은 나이에 GM의 부사장에 올랐던 업계의 전설적 인물이었다.
재능이 출중했던 그는 세계 자동차 '빅3'에 도전하는, 자신만의 자동차 회사를 설립하기로 하고 자신의 이름을 붙인 딜로리언이라는 회사를 설립한다. 딜로리안은 영국정부의 지원을 받아 북아일랜드에 공장을 설립하고, 1970년말 양산차 생산을 계획 했으나, 재정적인 문제로 81년이 되어서야 겨우 시장에 새 모델 DMC-12을 내놓을 수 있었다. 이 회사가 제작한 처음이자 마지막 모델인 DMC-12는 회사가 문을 닫는 82년도까지 총 8,500대가 생산됐으며, 그 비극적인 종말 탓인지 수많은 여전히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다. 이 차는 푸조, 볼보, 르노사의 V6엔진을 차 뒤쪽에 얹은 2인승으로 은색의 특수 플라스틱 차체가 환상적이다. 백 투 더 퓨쳐에서는 금속재질 차체와 갈매기 날개모양의 문을 붙이고 출연해 80년대 자동차 디자인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딜로리안은 82년에 스캔들에 휩쓸리게 된다. 회사를 구하기 위한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던 그가 정부의 함정수사에 걸려 코카인 수송책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구속됐던 것이다. 수년 후 결국 무죄판결을 선고 받고 풀려났으나, 그의 회사는 이미 회생불능 상태였다.
/최한승 할리우드 모터쇼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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