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 유입된 SK비자금 100억원에 대한 수사가 지난 주 김영일 전사무총장의 검찰출두 이후 핵심에 다가서면서 새로운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첫째는 "최돈웅 의원을 포함한 여러 의원이 SK에 돈을 달라고 채근했다"는 대목이다. 논리적으로는 이 가운데 한 사람이 "집권 후 표적사정을 할 수도 있다"고 손길승 SK회장을 협박한 한나라당 관계자가 된다.
그러나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는 당사자들은 한결같이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진실게임'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선 하순봉 의원이 손 회장과 중·고교 동기이자 이회창 전 후보의 핵심 측근이었다는 이유로 집중 거명되고 있으나, 본인은 SK접촉설을 완강히 부인했다.
하 의원은 17일 "손 회장과 절친한 사이인 것은 사실이나 내가 야당이 된 이후엔 서로가 돈 얘기를 입에 담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김영일 전 총장이 대선자금 실무를 독점했기 때문에 돈 문제엔 전혀 관여하지 못했다"며 "SK와 접촉한 사람은 최 의원 외 중진 한 명이 더 있으며, 돈 전달과정에서 지도부가 개입해 최 의원을 창구로 정했다는 SK측 진술을 검찰이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김 전 총장-최 의원 라인이 모금을 주도했다는 뜻이지만, 김 전 총장이 "나는 당의 공식 창구가 최돈웅 재정위원장과 나오연 후원회장이라는 것을 알려주었을 뿐"이라고 해명한 것과 배치된다.
또 SK에 대한 중진들의 자금 요청 사실은 이들이 다른 기업에도 손을 뻗쳤을 것이라는 의혹을 낳기에 충분하다. 불법 대선자금 모금을 위해 조직적 공모를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SK외 불법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가 의문이다. 이와 관련, 김 전 총장은 "아는 것이 없다"면서도 "그런 자금이 있다면 대통령후보와 사적 관계가 있는 사람이나 비선조직 같은 데로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 사조직이 유용했거나, 실세 중진들이 착복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이 전 후보측과 하 의원 등 측근 그룹이 "자신도 후보 측근 중 한 사람이면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며 발끈하고 있는 이유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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