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파병과 주한미군 재배치 및 용산기지 이전 등 민감하고 난해한 현안들이 어제 서울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논의되었지만, 양국이 명쾌하게 합의하지는 못한 듯 싶다. 특히 최대 현안인 이라크파병 문제에 대해 양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견접근을 했는지 명확하지 않아 답답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우리 정부는 3000명의 병력을 보내 이라크의 재건사업과 치안유지를 병행하는 파병원칙을 세웠고, 이를 미국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제 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과 럼스펠드 장관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미국측이 이 제안을 흔쾌히 수용한 것 같지는 않다. 그가 여러 차례 '파병결정은 해당국가의 권한'이라고 강조한 점에 비추어, 미국은 썩 내키지는 않지만 한국 정부의 결정을 존중해주리라 기대한다. 한미동맹 관계가 아니라면 이라크파병을 놓고 우리 국민이 이렇게 고민할 이유는 없는 일이다.
한미 양국은 미군 재배치에 대한 종전합의를 재확인했지만 용산기지 이전문제에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미연합사 등 잔류부대가 사용할 용산기지의 규모 문제가 아킬레스 건이었다. 올해 말부터 기지 이전을 시작한다는 양국간 당초 합의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남아 있을 기지의 규모를 협상함에 있어 양국은 합리적인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럼스펠드 장관의 지적대로 지난 50년 동안 한미동맹은 성공적이었다. 양국의 국익을 위해 한미동맹은 계속 발전되어야 한다. 다만 역내 안보여건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동맹의 질적 변화가 필요해졌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에 드러난 양국의 견해차는 협상의 실패가 아니라 더 진지한 논의의 시작이라는 점을 한미 양국이 새겨 보다 합리적 대안을 찾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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