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산업이 다시금 암흑의 터널 속을 헤매고 있다. 암울한 경기전망 속에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연체율, 3분기말 현재 4조원 대를 훌쩍 넘어선 누적 적자…. 근본적인 펀더멘털의 개선조짐이 없는 가운데 핵심 자금조달 수단인 회사채(카드채) 거래는 연초 카드채 경색사태 때처럼 사실상 꽁꽁 얼어붙은 상태다.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자 주요 카드사들은 '제2의 카드대란'을 막기 위해 대주주 추가증자나 외자유치 등 체력보완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카드업계 위기 타개 몸부림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LG그룹은 LG카드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에 나서는 한편 수신기능을 갖춘 국내외 전략적 투자가로부터 추가적인 자본유치도 추진키로 했다. LG그룹은 우선 12월로 예정된 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포함해 내년 상반기까지 총 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실시하되,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해 추진할 계획이다. LG그룹 구본무 회장은 최근 대책회의에서 "LG카드의 문제는 국내 카드업계, 나아가 금융시장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경제를 생각하는 관점에서 범 그룹적으로 지원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고 그룹 관계자는 밝혔다.
카드업계에선 이 같은 방안이 향후 그룹의 '캐시카우(Cash Cow·돈 벌이가 되는 사업)'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은 LG카드를 헐값에 매각하기보다는 자구안을 통해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LG카드는 2대 주주인 미국 캐피털그룹이 유상증자 참여와 함께 연말까지 7억달러를 추가 투자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LG카드가 경영권을 캐피털그룹에 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우리카드도 내년 1분기 중 대주주인 우리금융을 통해 2,000억원 규모의 추가적인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카드사 연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카드에 대한 추가증자는 불가피하다"며 "현재 추가증자의 규모와 시기를 결정하기 위해 종합 검토에 들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우리카드는 3분기 중 2,654억원의 대손상각을 포함, 5,208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하면서 4,800억원의 적자를 기록, 3분기까지 8,898억원의 적자가 누적된 상태. 3분기에 1,400억원의 손실을 기록, 누적적자가 4,111억원으로 늘어난 외환카드도 추가 증자나 합병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타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카드는 당초 1,5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유동성을 확보할 방침이었으나 론스타의 외환은행 합병 후 무기 연기된 상태다.
제2 카드대란 위기 고조
카드업계가 이처럼 특단의 대책마련을 서두르는 것은 시장의 불안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 실제로 일부 카드사는 이달 들어 카드채 발행 및 차환(만기연장)에 문제가 생기면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최근 들어 카드위기가 다시 고조되면서 기관들이 너도나도 카드채 거래를 기피하고 있다"며 "(카드사가) 금리를 아무리 높게 불러도 사자는 세력이 없을 정도로 매수세가 뚝 끊겼다"고 전했다. 금융계에 따르면 이처럼 자금 선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휴일인 16일 밤에도 이덕훈 우리은행장 등 모 카드사의 채권은행 대표 5∼6명이 시내 모처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이 카드사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장 유동성 위기를 걱정할 정도의 심각한 단계는 아니지만 뚜렷한 펀더멘털의 개선조짐이 없는 것이 무엇보다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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