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떤 어른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나이가 일흔이 돼 가는데도 아직 신발 잃어버리고 그걸 찾으려고 안절부절하는 꿈을 꿔. 좋은 신발이기나 하나. 어릴 때 신던 말 그대로 '나무 게타'를 말이지."
나 역시 마흔 일곱 살 나이에 아직도 바지를 걷고 종아리를 맞는 꿈을 꿀 때가 맞다. 무슨 일 때문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초등학교 1학년 때 선생님이 30㎝ 대나무 자로 우리 종아리를 때리셨다. 최초로 선생님에게 매를 맞은 기억이다.
그때 내가 안타까워했던 것은 매를 맞는 아픔이 아니라 그것이 내 차례에 와 내 종아리 위에서 갈라지던 아픔이다. 어린 마음에 그것만 안타까웠다. 선생님의 자가 내 종아리 때문에 갈라지는구나, 하고 그게 참 아깝고 죄송스러웠다.
얼마 전 인사동 거리에 나가 '오래된 가게'에서 30㎝짜리 대나무 자를 보았다. 그런데 믿을 수가 없었다. 그게 그렇게 짧다니.
내 기억 속에, 그리고 아직도 가끔 꿈 속에 나타나기도 하는 그것은 1m쯤은 되어 보이는 자였는데. 이게 정말 30㎝ 자 맞느냐고 묻고 또 물었다.
이제 그 선생님도 백발이 성성하실 게다. 아직도 그 이름을 잊을 수 없는 최현철 선생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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