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현정은 회장과 시숙인 정상영 금강고려화학(KCC) 명예회장간 다툼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현 회장측이 현대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해 1,000만주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국민주도 모집할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1,000만주를 증자할 경우 현대엘리베이터의 총 주식수는 기존 주식수(561만여주)의 3배 가량인 1,561만여주로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최근 사모펀드 등을 통한 지분매집으로 엘리베이터 주식 249만여주를 확보, 최대주주로 급부상한 정 명예회장의 지분율은 44.39%에서 15.95%로 떨어지게 된다.대주주 전횡막는 국민기업화
현 회장은 이날 오후 강명구 현대택배회장 등 그룹 5개 계열사 사장단을 긴급 소집, 서울 동숭동 현대엘리베이터 건물에서 긴급 이사회를 갖고 이 같은 방침을 확정했다.
현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이번 국민주 발행으로 현대엘리베이터는 대주주의 전횡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선진 국민기업으로 거듭 태어날 것"이라며 정 명예회장측의 그룹 인수를 적극적으로 저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밝혔다.
현 회장은 또 "우리 민족에게 반드시 필요한 금강산관광사업, 개성공단사업 등 다양한 남북경협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혀 남편 고 정몽헌 회장의 유업인 대북사업의 지속 의지를 다졌다.
증자 성사될까
현 회장측의 이번 결정은 그룹 계승의 정당성과 명분을 내세워 국민기업화 함으로써 정 명예회장측의 '무혈입성'을 막겠다는 적극적 방어책으로 풀이된다.
현대그룹의 의도대로 유상증자가 성공하면 현재까지의 지분 구도는 역전된다. 증자 후에는 정 명예회장측 지분은 44.39%에서 15.95%로, 현 회장측은 28.30%에서 10.17%로 각각 낮아진다. 핵심은 새로 배정된 우리사주 지분 20%(유상증자후 12.81%). 이 주식이 12월19일 상장돼 현 회장측 지분에 더해지면 22.98%로 정 명예회장측 지분을 압도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4,27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증자가 성사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적정가가 3만원대인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에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지 미지수인데다 현대그룹이 자체적으로 인수할 자금 여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민들이 공모에 많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만일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이사회를 거쳐 제 3자 배정 등의 방식을 통해 증자를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로 공모 될 국민주는 발행가격 4만2,700원으로 주당 30% 할인율을 적용하며 우리사주 조합원에 신규발행 주식의 20%에 해당하는 200만주가 우선 배정된다. 공모는 12월1∼2일 양일간(납입일 12월8일)에 걸쳐 진행되며 총 조달 자금 규모는 4,270억원이다. 1인당 청약한도는 200주로 현대증권이 이번 공모를 주간한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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