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여림(1966∼2002·사진)의 1주기를 맞아 시집 '안개 속으로 새들이 걸어간다'(작가 발행)가 묶여 나왔다.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시집, 유고집이다.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그는 경기 남양주의 아파트에 혼자 살면서 시를 쓰다가 세상을 떠났다. 등단작 '실업' 등 50여 편의 시는 거의 모두 지독한 고독에서 나온 것이다. '출근길마다 나는 호출기에 메시지를 남긴다/ '지금 나의 삶은 부재중이오니 희망을/ 알려주시면 어디로든 곧장 달려가겠습니다'"그는 홀로 침묵 속에서 산다는 것이 너무도 무섭고 두려웠다. 그래서 죽을 이유와 살 이유를 찾았다"고 서울예대 은사인 최하림 시인이 돌아본 것처럼, 여림은 살아있는 내내 삶과 죽음 사이에서 헤맸고 그 방황을 시로 옮긴 시인이었다. '종일,/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근데 손뼉을 칠 만한 이유는 좀체/ 떠오르지 않았어요.'('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해 죽을까 하다가도 섬세한 북한강 물결에서 살고 싶은 의지를 찾으려 했다. '따뜻하게 안겨오는 강의 온기 속으로/ 수척한 물결은 저를 깨우며 또 흐르고/ 손바닥을 적시고 가는 투명한 강의 수화,/ 너도… 살고 싶은 게로구나'('겨울, 북한강에서의 일박'에서). 유고집에 실린 시들은 이처럼 스스로를 죽음으로 내몰 정도의 고독에서 씌어져 누구에게도 보여지지 않았던 언어들이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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