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세계 여자탁구계를 휩쓸었던 양영자(39·사진) 선수는 이제 이역만리 몽골 땅에서 선교사로 변신해 있었다. 6년간의 선교 생활에 지칠 법도 했지만 17일 몽골국제대학교(MIU) 제자관 준공식에 참석한 양씨는 종교생활이 주는 기쁨 때문인지 밝은 모습이었다. 그는 "금메달을 딸 때의 기쁨은 잠시였지만 이곳에서의 선교 활동은 계속적인 감동을 준다"고 말했다.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양씨가 몽골에 건너온 것은 97년. 88올림픽 여자복식 금메달 획득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그는 잠시 제일모직 탁구팀 코치생활을 하다 '사랑의 교회'에서 남편 이영철(42) 선교사를 만나면서 해외 선교활동을 결심했다. "영국과 호주 등지에서 선교사 교육을 받을 때에는 쿠바나 라오스에서 선교활동을 할 계획이었어요. 하지만 300만 인구 중 기독교 신자는 채 1만명이 되지 않은 몽골에 대해 알게 된 후 남편의 제의로 두 딸과 함께 훌쩍 떠나오게 됐죠."
몽골 도착 직후 2년 동안의 어학공부로 현지 적응을 마친 양씨는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450㎞나 떨어진 고비사막의 오지마을 생샨드로 들어갔다. "사막 한가운데서 1년6개월 동안 개척교회를 꾸리는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언어와 문화 차이 때문에 충격을 받았고 바이러스에 감염돼 안면근육이 마비되면서 2개월 동안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양씨는 "사람들이 조금씩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이제는 몽골이 제2의 고향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잠시 울란바토르 시내에 머물고 있는 양씨는 자신의 주특기인 탁구를 선교에 활용하고 있다. "이쪽 사람들은 내가 탁구스타라는 것을 모른다"고 말을 하면서도 내년 1월 일본에서 열리는 청소년 탁구대회에 참가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겨울이 긴 몽골에서 탁구는 씨름에 이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어요. 운동환경은 열악하지만 아이들이 한국의 독지가로부터 탁구채와 공을 선물 받으면서 운동에도 열심입니다."
지난달 전북 전주시에서 열린 전국체전 성화주자로 뛰기 위해 잠시 한국을 방문했던 양씨는 "앞으로 10년 이상 몽골에 머물며 선교활동을 벌일 계획"이라며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울란바토르(몽골)=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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