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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전용관]"화장실 유머도 쓸만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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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전용관]"화장실 유머도 쓸만하군"

입력
2003.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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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매트릭스' 3부작의 완결편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요즘, 이에 버금가는(적어도 나에게는) 3부작이 완성되었으니 바로 '아메리칸 파이' 3부작이다. 1999년의 '아메리칸 파이', 2001년의 '아메리칸 파이 2' 그리고 2003년의 '아메리칸 파이 웨딩'. 2년 간격으로 세 편의 영화가 흐르는 동안, 우리의 주인공 짐(제이슨 빅스)은 고등학교를 졸업해 대학에 갔고 이젠 결혼까지 하게 됐다. 물론 그의 곁엔, 산산조각 난 파이를 놓고 함께 고민해주던 아버지가 여전히 자상한 미소를 띠며 앉아 계시다.세기말 할리우드에 '아메리칸 파이'가 던진 화두는 '틴에이저 섹스 코미디와 화장실 유머의 결합'이었다. 짓궂은 장난은 이미 있었다. 이젠 전설의 틴에이저 무비가 된 '그로잉업' 시리즈나 '포키스' 시리즈는 한참 발정기를 지나고 있는 '성난 수컷'의 섹스 해프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전통 위에 서 있는 '아메리칸 파이'는 점입가경이다. 이 영화는 갓 구운 애플파이를 자위 기구로 사용하고 설사하는 현장음을 라이브로 들려주며 맥주에 정액을 넣은 폭탄주를 원샷으로 들이킨다.

'화장실 유머'라는 용어 속에는 여러 의미가 함축된다. 인간의 가장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악취미, 패륜에 가까운 비윤리성, 세상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무정부주의, 기존의 진지한 영화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패러디 정신, 잔인무도한 엽기 컨셉 등, 일상생활에서는 쓰레기 취급 받는 가치관들이 '더러운 영화' 속에선 숭고한 가치로 승화된다.

'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처럼 인종차별적 발언도 서슴지 않고 '내겐 너무 가벼운 당신'처럼 육체에 대한 조크도 마다하지 않는 영화들. 일설에 의하면 할리우드에 화장실 유머가 기승을 부리게 된 건 클린턴 덕분이라고 하는데, 미국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백악관에서 포르노를 찍고 있는 마당에, 영화가 조금 막 나간다고 해서 뭐 그렇게 흠이 되겠냐는 얘기다. 미 전역에 오럴 섹스 열풍을 일으켰던 클린턴이니만큼, 그의 영향력이 아주 없다고도 못할 것 같다.

다시 '아메리칸 파이'로 돌아오면, 이 시리즈에서 빛나는 부분은 화장실 유머의 '순기능'이다. 2편과 3편으로 올수록 번뜩이는 재치가 조금씩 퇴색하긴 하지만, 이 영화는 섹스나 에로티시즘 이전에 욕구의 원초적 해결에 얽힌 구구절절한 사연으로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굳이 프로이트 박사님의 이론을 빌리자면 '항문기'를 지나고 있는 이 영화는 억압 없이 모든 것을 배설하는 유토피아를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성격발달 이론에 따르면, 항문기에 욕구불만이 생기면 성인이 되어 인색하고 고집이 세며 난폭하고 적개심이나 의심이 많은 성격이 형성된다. 지나친 대소변 가리기와 청결의 강요는 성격 발달에 큰 결함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아메리칸 파이'의 해방적 기운은, 억압적인 문화 속에서 억눌려 버린 항문기의 욕구를 영화적으로 해소하자는 '은밀하고도 추잡한' 제안일지도 모르겠다. 이젠 서서히 막을 내리는 '아메리칸 파이' 시리즈. 항문기에 문제가 있었음이 분명한 몇몇 사람들(부시 미 대통령 포함)은 '매트릭스3―레볼루션'보다도 먼저 봐야 할 영화다.

/김형석·월간스크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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