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끝까지 지켜봐 주세요." 분리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귀국한 샴쌍둥이 사랑이와 지혜 자매의 공식인터뷰가 열린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한국어린이보호재단 사무실. 사랑이와 지혜가 아버지 민승준(34)씨와 어머니 장윤경(32)씨의 품에 안겨 들어서는 순간 곳곳에서 축하의 박수소리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아버지 민씨는 "힘든 순간들을 묵묵히 함께 해준 아내와 딸들에게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한다"며 말문을 열었고, 어머니 장씨는 "앞으로 재활치료 기간이 남아 있는 만큼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때까지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길 바란다"며 웃음 띤 얼굴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했다.
민씨는 두 아이의 건강상태와 재활치료 일정에 대해 "의사들의 의견도 조금씩 차이가 나 딱히 뭐라 말하긴 곤란하지만 지금 아이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재활치료가 이미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지혜는 벌써 식탁을 잡고 일어서려고 애쓰는 등 건강한 모습으로 회복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앞으로 재활치료 병원을 정하기 위해 현재 한국어린이보호재단 관계자와 함께 협의 중"이라며 "5개 병원에서 연락을 받았는데 사랑이와 지혜를 가장 정성껏 보살펴줄 병원을 선택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어머니 장씨는 "사랑이가 수술도중 체내 피가 많이 쏠리면서 뇌쇼크를 일으켰는데 후유증이 우려돼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두 아이 모두 분리된 항문부위에 대한 꾸준한 재활치료가 필요하며 사랑이의 경우 척추부분 등 신경외과 치료가 필요하다.
두 아이가 언제 가장 속을 썩였느냐고 묻자 아버지 민씨는 "두 아이 모두 천사처럼 예쁘고 귀여워서 한번도 부모속을 썩여본 적이 없다"고 답한 반면 어머니 장씨는 "막상 아이들을 낳고 키우다보니 모든 부분이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장씨는 "사랑이와 지혜를 자연분만으로 낳을 때, 아이들의 수술을 마음 졸인 채 지켜볼 때마다 새삼 부모의 위대한 사랑을 깨달았었다"며 "지금까지 수많은 고비를 넘겨오면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순간마다 가슴 뭉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애아일지라도 부모에게는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는 사랑스런 자식일 뿐이다. 오히려 주위의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며 장애아와 장애아 부모들에 대한 편견 없는 시선을 당부했다.
아버지 민씨는 굳이 싱가포르행을 감행한 이유를 묻자 "처음엔 단지 진찰만 받을 생각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욕심이 지나쳤던 면도 있는 것 같다"며 "국내에서의 재활치료도 성공적으로 끝나리라 확신하는 만큼 두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끝까지 지켜봐 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올 3월 4일 머리와 엉덩이 부분이 붙은 샴쌍둥이로 태어난 사랑이와 지혜 자매는 지난 7월 22일 싱가포르 래플스 병원에서 분리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재활치료를 받아오다 13일 귀국했다. 두 자매의 재활치료를 위한 모금은 한국어린이보호재단(http://www.ilovechild.co.kr)에서 담당하고 있다. 하나은행 569-0910001-06504, ARS전화는 060-700-1233.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사진=왕태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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