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11월18일 남아메리카 가이아나의 밀림에 자리잡은 신앙촌 존스타운에서 인민사원 신도 914명이 집단적으로 자살했다. 그 가운데 260명은 어린아이였다. 사건이 터진 것은 존스타운에서 세뇌와 감금 등 인권 유린이 저질러지고 있다는 풍문을 확인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출신 상원 의원 레오 라이언을 포함한 미국 의회 조사단 세 사람이 현장에 도착한 다음날이었다.감리교 교리를 비틀어 인민사원을 창시한 사람은 짐 존스라는 사나이였다. 당초 인디애나주에서 출발한 인민사원은 캘리포니아를 거쳐 가이아나의 정글로 근거지를 옮겼다. 존스는 자신이 재림 예수 겸 재림 레닌이라고 주장했고, 제 이름을 딴 존스타운이 진정한 사회주의 유토피아가 되리라고 공언했다. 존스타운에서 신으로 군림하고 있던 그에게 의회 조사단이 반가울 리는 없었겠지만, 그는 인민사원을 둘러싼 악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이들의 신앙촌 방문을 허락했다. 라이언 팀의 첫날 조사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러나 이튿날 한 6인 가족이 신앙촌을 떠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라이언이 존스에게 통고한 뒤 긴장이 감돌기 시작했다. 조사단이 그 가족과 함께 두 대의 비행기에 분승해 신앙촌을 떠나려는 순간 존스는 인민사원 교인들에게 이들의 사살을 명령했고, 현장에서 라이언을 포함한 다섯 명이 사망했다.
존스는 그 직후 신도들을 한 자리에 모은 뒤 그들 모두에게 진정제와 청산칼리를 섞은 딸기주스를 마시게 했다. 놀랍게도, 이 자살 의식에 저항한 교인은 극소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성을 초월해버린 열정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만하다. 그 전날 존스는 조사단장 라이언에게 "나는 사랑과 증오가 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둘은 그리 다른 게 아니지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증오에 관한 한 존스의 이 거드름은 옳았던 것 같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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