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정부가 17일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도 이라크 파병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를 내놓지 않자 정치권도 입장 표명을 유보한 채 여론과 미국측의 동향을 주시했다.한나라당은 이날 "SCM은 실패한 회담"이라며 주한미군 재배치 가속화 등 '후유증'을 걱정했다.
박진 대변인은 "외교적 수사를 빼고는 공동성명에서 파병의 규모 성격 시기 역할 등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어 합의 도출에 실패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합의 실패는 앞으로 양국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 같다"며 미군 재배치 문제에 파장이 미칠 것을 우려했다.
국회 국방위 간사인 박세환 의원은 "만약 한국의 파병 규모가 미측의 요구에 맞지 않고 파병 시기가 늦어진다면 미국은 주한 미군 일부를 일본 등으로 옮기거나 이라크로 차출, 대 테러 대비를 위해 활용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SCM 결과는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함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SCM도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자 당론 결정을 미루며 관망 기조를 고수했다. 이에 대해 일부 파병 반대론자들은 공공연히 불만을 표시하며 '반대 당론'을 결정토록 지도부를 압박했다.
박상천 대표 등은 "재건지원부대의 성격과 규모를 주시중"이라고 말을 아꼈고 김성순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양국 장관이 논의한 만큼 3차 현지조사 결과를 종합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파병 반대론자인 김영환 정책위의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비전투병 파병을 당론으로 빨리 확정 짓자"고 요구했다. 정균환 총무가 "조사단 결과를 보고 결정하자"고 충분한 논의를 요청하자 김 의장은 먼저 퇴장했다. 조재환 의원 등은 파병에 반대했지만 최명헌 의원 등은 지지, 결국 18일 당무회의에서 재론키로 했다.
열린우리당도 "파병 시기나 주둔 지역 문제 등은 이라크 현지 사정을 충분히 검토, 결정해야 한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공공연히 미국과의 협상을 비난했다.
이평수 공보실장은 논평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전후복구 등을 위한 비전투병 위주 3,000명 추가 파병 원칙이 관철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종석 의원도 "미국이 전투병 파병을 강력히 요구하는 상황에서 3,000명 이하의 비전투병 파병이라면 수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다만 시기와 지역 등은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성호 의원은 "비전투병 위주 파병안은 결국 전투병 파병을 호도하기 위한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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