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영화라면 고개를 설레설레 젓던 사람들도 '정사'(Intimacy)에 대해서는 좀 달랐다. '인티머시'라는 단어가 '간통'을 완곡히 표현하는 말이지만, 대놓고 '정사'라 못박고 그것도 기존에 있었던 한국 흥행작(이재용 감독의 '정사')의 제목을 따다 붙인 대목에서는 장삿속으로 보이기도 했다. 아무튼 그 제목은 상당히 '먹혔다'. 영화관을 찾는 30·40대 여성들이 꽤나 된다는 얘기가 있었던 사실을 상기하면 말이다.영화에서 여자는 수요일 오후 2시면 남자를 찾아가 관계를 갖는다. 여자는 연극을 하고 남편은 아내의 연극 무대에서 호객까지 하며 아내를 지원한다. 귀여운 아들도 있다. 이런 여자가 바람을 피웠다면 '배은망덕하고 싸가지 없는' 여자임에 틀림없지만, 영화 제목이 갖는 또 다른 뜻은 그녀 불륜의 이유를 다시 말해준다. 그녀의 부부 관계는 '인티머시'의 첫번째 사전적 정의인 '내적 친밀함'이 없는 관계였고, 여자는 아예 친밀함을 기대할 수 없는 기계적 섹스로 친밀함에 대한 기억, 의존을 지워버리려 한 것은 아닐까. 친밀해야 하는 관계가 그렇지 못할 때, 그것을 치유하는 길은 삭막한 육체 관계일 수도 있지만, 결국 아무 것도 그녀에게 친밀감을 줄 수 없다는 게 영화의 결론이다.
하지만 오늘도 우리 주부들은 그런 영화를 보러 간다. '로즈마리' '완전한 사랑' 같은 TV 드라마들은 부인을 암으로 '죽여' 가는 와중에서도 남편들 옆에 미혼의 멋진 여성을 '상시' 대기시켜 여자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 "어차피 죽을 것, 남편에게 멋진 여자를 연결시켜 주고 죽으면 진짜 '쿨'한 거야." 마누라 죽는 데 수발 드는 남편의 모습만으로는 시청률이 죽을 쑤겠지만, 요즘 드라마는 아줌마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 그러니 이런 드라마가 아줌마들에게 진정한 친밀감을 줄 순 없다.
그렇다면 다시 완곡한 표현의 '인티머시'를 상상해볼까? '월요일 저녁은 남편과, 화요일 저녁은 남자 친구와, 수요일 저녁은 애인과, 목요일 저녁은 오랜만에 다시 남편과…' 물론 대부분의 아줌마들은 남편으로부터 이런 퉁명스러운 대답을 들을 것이다. "어디 아프냐? 누가 일주일 내내 마누라랑 저녁 먹냐?"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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