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스런 외아들 찬아 보거라. 너를 낳아 할아버지 할머니께 첫 손자의 기쁨을 드린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군입대를 하다니 감개무량하구나. 땀에 젖은 훈련복을 입고 있을 네 모습을 상상하니 자랑스럽고 대견한 마음이 앞선다.얼마전 너의 상관인 중대장님이 보내온 편지를 이 엄마는 읽고 또 읽었단다. 편지에는 너의 짤막한 글도 있더구나. 저녁이 되면 얼음이 얼 정도라니 그곳의 추위가 짐작된다. 이 곳은 아직 한낮이면 따스한 햇볕이 느껴지는 늦가을이란다.
지난달 네가 강원도 화천의 훈련소로 떠나던 날 엄마는 가슴이 아팠단다. "친구들이 훈련소 앞까지 따라 오기로 했으니 엄마는 따라오지 마세요"하며 휑하니 집을 나서는 네 모습을 보니 서운하더구나. 그런데 이번에 네가 보내온 편지를 읽고 사정을 이해했다.
엄마가 훈련소 앞에서 눈물을 펑펑 흘릴 것 같아 일부러 그랬다면서? 네가 그렇게 마음이 깊은 어른으로 성장했다니 대견하구나.
요즘 엄마는 하루에도 몇 번 씩 네 방에 들어가 너의 손때가 묻은 장롱, 옷, 책상, 컴퓨터를 만져보는 것이 일과가 됐단다. 올해 초 너는 "대학재학 중에 군복무를 마친 것이 여러가지로 나을 것 같다"면서 입영 신청서를 냈지. 친구들과 대학생활을 즐기기만 하는 줄 알았던 네가 그런 생각을 하다니 대견하더구나.
너는 지금쯤 고된 훈련을 마치고 꿈나라에 있니? 아니면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보초를 서며 엄마 아빠를 생각하고 있니? 어디 음식은 입에 잘 맞는지 걱정이다. 너를 비롯한 입소 동기들 역시 대체로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자라 갑자기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렇지만 이런 과정이 네 인생에 있어 아주 귀한 기간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 땅에 태어난 정상적인 아들이라면 모두 거쳐야 할 국방의 의무를 너는 잘 완수하리라 믿는다.
엄마가 한가지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매사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물 반 컵을 보고 어떤 이는 반 컵 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어떤 이는 아직 반 컵이나 남았다고 생각한단다. 언제 2년이 지나갈까 하고 지루하게 생각하지 말고 맡은 일에 매진하다 보면 시간은 저절로 흐를 것이다. 가족들이 너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너도 잘 알고 있지?
/장은옥·서울 은평구 녹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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