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네티즌과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한나라당을 '딴나라당'이라고 비하해서 부르는 풍토가 생겨났다. 그런데 최근 한나라당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왜 이들이 한나라당을 딴나라당이라고 부르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즉 대선자금 문제와 관련된 대응에서부터 때 아닌 개헌논쟁에 이르기까지 최근의 한나라당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딴나라'에서 날라 온 것인지, 아니면 '딴 생각'에 얼이 빠져 '딴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국민들에게 '딴지'를 거는 것인지,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대선자금문제만 해도 그렇다. 우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한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같은 일로 곤욕을 치렀으면 조심을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1997년 국세청을 동원해 대선자금을 모금한 세풍, 96년 총선자금으로 안기부 관련 돈을 유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안풍을 겪고도 또 다시 거액의 불법선거자금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우리 말에 삼세번이라는 말이 있지만, 한나라당은 이번 SK사태로 삼세번을 다 채운 셈이다. 게다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노 대통령이 자신의 집사인 최도술씨가 SK로부터 거액을 받은 것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를 하고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을 때 SK로부터 100억원이나, 그것도 불법선거자금을 현금으로 받아 챙긴 주제에 무슨 배짱으로 이번 기회에 노 대통령을 낙마시키자는 식으로 공세를 벌이고 나왔느냐는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이 재신임을 묻자는 식으로 얼씨구나 하고 노 대통령이 던진 미끼를 덥석 문 것은 새로 당권을 장악한 최병렬 대표가 대선과정에서 당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어서 대선자금 내역을 잘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거대 정당이라면 지난 대선에서 돈문제를 다루었던 당사자들이 빨리 최 대표에게 이실직고하고 사실에 기초해 대응책을 세웠어야지, 그러지 못함으로써 방귀 뀐 놈이 오히려 화내는 코미디를 연출하고 만 것이다.
특검 문제도 마찬가지다. 최근의 쟁점들에 대해 일단 검찰의 조사결과를 지켜보아야 옳지만 대통령 측근비리의 경우 사안의 특성상 특검이 불가피하다고 봐줄 수도 있다. 그러나 대선자금 문제의 경우 최병렬 대표와 이회창 전총재 등이 직접 나서서 국민에게 불법행위에 대해 사과를 했으면서도 정작 구체적인 사안에 있어서는 검찰의 공정성을 시비 걸며 주요 관계자들이 출두를 거부하는가 하면 잠적해버리는 등 전혀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 마디로, 국민에게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라고 고사를 지내고 있는 것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가만히 엎드려 국민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어도 시원찮은 판에 아닌 밤중에 홍두깨격으로 분권형 대통령제 운운하며 개헌론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의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결과와 상관없이 앞으로 4년 더 야당을 한다는 것이 아찔할 것이다. 또 탈냉전적인 젊은 세대가 늘어나는 인구학적 변화를 고려할 때 한나라당이 낡은 색깔론과 혁명적으로 단절하지 않는 한 다음 대선에서도 희망이 없다. 따라서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제 개헌이 한나라당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도 타이밍이 있는 것인데 이 난리 통에 밥그릇이라도 좀 나눠 갖자고 분권 운운 하고 나서니, 눈치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오만불손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특히 그나마 한나라당 내에서는 개혁적일 것으로 기대됐던 홍사덕 총무가 이처럼 한심한 개헌논의, 나아가 정략적인 도농복합선거구제를 주도하고 나서고, 보수적인 최 대표가 다행스럽게도 이에 제동을 걸고 있으니, 역시 한나라당이 딴나라는 딴나라인 것 같다. 한 마디로, 딴나라당 블루스이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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