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기업 총수중에서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맨 먼저 출국금지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검찰이 구 회장을 조사대상 1순위로 지목한 것은 LG그룹의 부당내부거래 혐의에 대해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은 특히 지난해 4월 LG화학과 구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사이에 이뤄진 '주식맞교환(스와프)'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LG화학은 오너 일가가 보유 중이던 LG석유화학 지분 13.98%(632만주)를 주당 1만5,000원에 매입하는 대신 LG투자증권 526만5,650주를 주당 1만9,000원에 넘겼다. 1999년 LG화학이 오너 일가에게 LG석유화학 주식 2,700여만 주를 주당 5,500원의 헐값에 매각, 특혜논란을 빚은 지 3년 만의 일로 99년 매각 금액의 3배 가까운 돈을 주고 주식을 되 사준 것이다. 이 거래로 대주주들은 600억원 이상의 매매차익을 봤으며 이전에 이뤄진 거래를 모두 포함할 경우 LG석유화학 주식 매각을 통해 얻은 대주주의 이익은 최소 1,900억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오너 일가는 또 이 거래를 통해 이후 LG그룹의 금융부문 지주회사가 된 LG투자증권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효과를 봤다. 이는 최태원 SK(주) 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워커힐 주식을 과대평가, SK(주) 주식과 맞교환하는 방법으로 그룹 지배권을 강화한 것과 유사한 구도다.
LG의 부당내부거래 혐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2000년 4월 구회장 일가는 비상장 계열사인 LG칼텍스정유와 LG유통 보유주식을 LG화학에 매각, 약 3,700억원대 자금을 마련했다. LG유통은 한 주에 15만원, LG칼텍스정유는 11만원에 매매됐는데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팔았다는 비난이 쇄도했으며 이렇게 확보된 자금의 용도에 대해 관심이 증폭됐다. 이 거래 후 LG그룹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LG화학을 비롯한 계열사 대부분의 주식이 폭락, 일반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봤다. 앞서 1999년 LG석유화학 주식을 헐값에 인수하는 데도 LG칼텍스와 LG유통의 장외주식이 이용됐다. 당시에도 주식맞교환 방식이 동원됐는데 LG칼텍스는 주당 9만7,000원, LG유통은 18만5,000원으로 고평가한 반면, LG화학이 보유한 LG석유화학은 5,500원으로 평가해 교환했다. 또 이해 4월에 LG정보통신은 보유 중이던 LG홈쇼핑 주식 101만6,000주를 구 회장 등에게 주당 6,000원에 매도했다. 당시 LG홈쇼핑의 코스닥 공모가격이 5만5,000원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LG정보통신은 회사의 이익을 고스란히 대주주에게 넘겼다는 비난을 받았다. 검찰은 LG가 이런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에 대한 당국의 사정을 막기위해 불법정치자금을 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