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고려화학(KCC)의 현대그룹 인수가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기업의 인수·합병은 자연스러운 경제행위이긴 하지만 이번 경우엔 단순한 기업인수로만 볼 수 없는 사연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막내 동생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조카인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 현정은 회장이 맡은 현대그룹 경영권을 장악했다는 것 자체가 이목을 끌 사건이다.현대그룹을 지키기 위한 우호적 지원행위로 비치기도 했던 KCC측의 지분 매집 목적이 결국 경영권 장악에 있었음이 드러나자 "능력 있는 기업이 맡아 맥을 이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경제논리에 입각한 시각과 함께 "삼촌이 조카회사를 삼켰다"는 도덕적 시각도 있다. 현대자동차나 현대중공업 같은 현대가의 대표기업들이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는 것도 이상해 보인다. 일부에선 며느리가 가업을 잇는 데 대한 부정적 인식 속에 이른바 '범(汎) 현대가'의 암묵적 동의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얘기도 들린다. 그렇더라도 이런 문제들은 당사자들이 해결하면 된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대북사업이다. KCC측이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하지 않는 것이 기본입장"이라며 "현대그룹의 대북사업도 같은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라고 밝혀 대북사업을 포기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금강산관광을 비롯한 현대그룹이 추진해 온 대북사업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훈사업으로, 형식만 민간사업이지 정부사업이자 국민사업의 성격이 강하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이 남북화해에 미친 영향은 누구도 평가절하할 수 없으며 앞으로 계속 확대되어야 할 사업이다. 최종 결정은 KCC가 내리겠지만 대북사업을 민족과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큰 안목에서 보기 바란다. 정부도 대북사업을 확대·지속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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