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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고속鐵 추가역, 효율성 도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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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고속鐵 추가역, 효율성 도외시

입력
2003.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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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철도에 오송, 김천, 울산 등 3개 역이 추가된다고 한다. 그동안 지하철이나 새마을열차 구간에서도 중간역이 지속적으로 신설되어 왔다는 사실과 오송 김천 울산의 지역사정 등을 고려해 볼 때 경부고속철의 중간역 추가 신설은 크게 놀랄 일이 아닐 수도 있다.이런 중간역 문제는, 해당 지역주민 등 당사자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에 비해 기타 이용객들이나 국민들은 추가로 지불해야 할 부담이 아주 크지만 않다면 자기 주머니에서 직접 비용을 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국민들이 중간역 추가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는 경우가 별로 없는 것이다. 정부에서야 여론의 강력한 반대가 없다면 일부 문제점과 추가비용이 발생하더라도 민원해결 차원에서 형평성 등의 논리를 들어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해 온 것이 관행이라면 관행이라고 할 수 있다.

중간역은 그것을 어디에 세우더라도 그에 대한 승객수요가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수요의 크기와 경제성이다. 중간역 추가로 인해 운행시간이 늘어나게 되면 당초 예상수요로 잡혔던 승객 중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등 경제성이나 재무적 측면에서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중간역을 신설해 거둘 수 있는 수입 증가가 기존에 있던 수요의 감소와 운행비용의 증가에 따른 부정적 부담을 상쇄하지 못할 경우 결국 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될 우려가 있다.

중간역 추가설치에 따른 운행시간 증가나 용량의 감소를 다양한 방법으로 최소화할 수 있다 하더라도, 수요가 점차 늘어나게 되면 결국 장기적으로 고속철도의 운행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 자명하다.

경부고속철 계획 당시의 목표는 한마디로 빠른 속도의 안전한 철도서비스를 새로 국민과 기업에게 제공하여 국가적인 수송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번 중간역 추가로 인해 늘어나는 운행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하나, 전체적인 측면에서 보면 심각한 일이다. 고속철 계획초기 서울-부산 운행시간이 90분 이내가 될 것이라고 했었는데, 이제는 2시간 30분 운운하는 것을 보면서, 당초 기대했던 고속철의 효과가 정말 얼마나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인지 의아심이 든다.

이것은 계획변경이 누적된 결과이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경부고속철은 기존의 새마을열차를 아예 대체하거나, 새마을호보다 조금 나은 운송서비스 하나가 새로 생기는 정도에 그치고 마는 게 아닌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철도 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욕구를 고속철도로만 채워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해당지역 주민의 강력한 요구나 주장은 이해하지만, 고속철도와 같은 대규모 간선교통체계는 무엇보다 효율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고속철도나 고속도로와 같은 간선교통체계는 그 접근성 측면에서 한계와 제약이 있게 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이치다.

만약 정부가 효율성이 아니라 형평성을 고속철 정책의 목표로 바꿀 생각이라면 기존의 계획을 종합적으로 재점검하는 공개적인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수시적이고 점진적인 계획변경은 훗날 고속철의 활용에 많은 제약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속철의 서울-시흥 구간을 기존철로와 공유키로 한 결정은 이미 그러한 부작용을 보여주고 있다. 결정 당시 예산제약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적인 선택이었다고 하지만, 전체적인 서비스의 악화를 가져오게 되는 빌미를 제공해 결국 또 다른 예산의 부담을 초래했다. 정부는 이번 중간역 추가 결정이 제2, 제3의 또다른 상황적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서 선 덕 한양대 교수·교통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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