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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오페라 "이순신" 러 초청공연/다시 태어난 "유럽판 이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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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오페라 "이순신" 러 초청공연/다시 태어난 "유럽판 이순신"

입력
2003.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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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오페라 '이순신'이 14∼16일 러시아 고도(古都)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발틱 극장(835석) 무대에 올랐다. 충남 공주의 성곡오페라단(단장 백기현)이 기획한 이 오페라의 공연은 러시아 문화성 초청으로 이뤄졌다.임진왜란 3년 째, 이순신과 원균의 갈등으로 시작하는 오페라 '이순신'은 이순신의 죽음으로 끝나는 4막 6장의 구성이다. 1998년부터 국내와 이탈리아 등에서 두 차례의 개작을 거쳐 많은 공연이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대본과 작곡을 완전히 새로 했기 때문에 사실상 초연이다. 2시간 가량의 공연에서 러시아 관객들은 3막 원균의 죽음 장면에서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냈고, 2막 도입부에 선보인 궁중무용 화관무, 4막의 마지막 출정을 앞두고 등장하는 풍물패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엄밀한 의미에서 이번 공연을 성공이라고 평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새로운 버전의 '이순신'은 여러 차례의 보완을 거쳤기 때문에 유럽 무대까지 넘볼 수 있는 가능성은 확인했다. 우선 여러 번 지적된 음악과 대본의 문제가 상당히 개선됐다.

러시아 명문 차이코프스키 음악원 교수 아가포니코프 블라디슬라프가 작곡한 음악은 사실주의 예술이 발달한 러시아답게 듣기 쉽고도 힘찬 선율이 살아있다. 베르디의 '오텔로'의 첫 장면을 연상시키는 1막 군사들의 합창과 푸치니를 연상시키는 깔끔한 관현악, 우리 가락 '뱃노래'와 '새야새야'를 세련되게 삽입한 솜씨는 눈길을 끌 만하다.

현지 신문과 방송이 비교적 자세하게 이번 공연 소식을 알린 것도 작곡자의 지명도 때문이다. 아가포니코프는 "러시아와 한국은 같은 5음계에 뿌리를 두고 있어 정서가 비슷한 면이 있다"며 유럽에서도 통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음악은 뿌리가 공통적이기 때문에 어디서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작곡가에게 곡을 맡겼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무조음악 작곡가가 대부분인 국내에서 수준 높은 조성음악으로 오페라를 작곡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도 될 듯하다.

김탁환 한남대 교수의 대본도 눈길을 끌었다. 98년 이순신을 다룬 4권 짜리 소설 '불멸'을 출간하는 등 세밀한 고증을 통해 다수의 역사물을 쓴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이순신 전문가다. 그는 원균의 능력을 재평가, 이순신과 원균의 갈등과 해결 각도에서 접근했으며 이로써 이순신 찬양 일변도로 흘렀던 과거 대본과 차별성을 획득했다. 여기에 두 장군의 휘하 장수인 나대용과 우치적, 이순신을 사랑하는 가상의 인물인 박초희, 이순신을 견제하는 선조 등이 극적 성숙도를 높였다.

다만 첫날 공연에서 저음 가수가 뛰어난 러시아답게 원균 역을 맡은 바리톤 비탈리 빌리이의 노래는 극의 중심을 이순신에서 원균으로 옮겨놓은 듯했다. 또 극 진행과 분리된 화관무와 풍물패 놀이, 단순한 무대 장치 등도 아쉬움을 남겼다. 백기현 단장은 "작곡가를 한국으로 불러 다음 공연 때는 더욱 완성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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