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국가들이 FTA 비준이나 집행이 어려운 나라와는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정부의 향후 FTA 추진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16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피어 알가이어 부대표는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무역협회 연설을 통해 "FTA 비준이나 집행에 문제가 있는 나라와는 협상을 벌이지 않겠다"는 내용의 'FTA 협상원칙'을 공개했다.
알가이어 부대표는 앞으로 FTA 협상 상대를 정할 때 무역개방과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적극적인 의지를 가진 나라 국내 비준이나 집행을 하는데 문제가 없는 나라 앞으로 무역확대에 관한 기타 협정에 도움이 되는 나라 등을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번 달 초 태국 방콕에서 열린 '동아시아 금융기반 발전 세미나'에 참석한 아세안 각국과 중국·일본 등의 관료와 학자들도 "한·칠레 FTA도 처리하지 못하면서 개별 협상을 서두르자는 게 말이 되느냐"며 우리 정부의 FTA 협상 요청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표시했다.
권태신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은 "미국과 아세안 등이 힘들게 협상을 벌여 FTA를 체결해도 국내 상황 때문에 비준이 힘들 것으로 보이는 나라와는 아예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며 "우리가 처음 체결한 한·칠레 FTA가 비준을 받지 못한다면 미국 등 나머지 국가와의 FTA 협상은 시작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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