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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오페라 없는 가을, 불황 탓만 하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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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오페라 없는 가을, 불황 탓만 하기엔…

입력
2003.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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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 때 '올해도 어김없이 오페라의 계절이 돌아왔다'로 시작하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오페라가 매년 집중적으로 무대에 오른 때가 늦가을이었기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계절은 돌아왔지만 '별은 빛나건만' '축배의 노래' 등 익숙한 아리아를 오페라로 즐기기는 어려울 듯하다.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 내년 초까지 리모델링 공사로 휴관하는 점을 감안해도 10·11월 예술의전당, 국립극장, LG아트센터, 한전아츠풀 등 오페라 공연이 가능한 서울의 주요 무대에 올라가는 오페라는 단지 4편 뿐이다. 작년 같은 기간의 8편(해외 프로덕션 1편)에 비하면 절반이다. 그나마 예술의전당이 해외에서 들여오는 2편을 빼면 국내 제작 오페라는 국립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 그랜드 오페라단의 '팔리아치 &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2편 뿐이다.

이유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 오페라 단장은 " '운동장 오페라' 때문에 관객이 웬만한 무대에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며 "결국 초대형 오페라가 오페라 대중화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페라를 죽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최근 한국 오페라단이 올 가을 '라보엠'을 공연하기 위해 했던 대관 신청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다른 오페라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협찬이나 후원이 필수적인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각종 지원금 심사가 엄격해져서 예전처럼 지원금을 받아 오페라를 공연하기도 어려워졌다"는 말도 들린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국내 오페라단의 공연 수준이 해외에 비해서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국립 오페라단 정은숙 단장은 "최근 주요 공연장의 심사기준이 엄격해졌고, 관객들의 눈이 높아져서 역량이 부족한 오페라는 그만큼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페라 연출가 이소영씨도 "공연장 오페라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연출과 음악의 수준을 높여 오페라의 참 멋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눈 높이가 올라간 관객을 따라잡지 못하면 '오페라의 겨울'이 더욱 길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로 들린다.

/홍석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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