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16일 이례적인 외출을 하고 시민들과 직접 대화를 나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기자간담회를 가진 뒤 시내 음식점으로 자리를 옮겨 기자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권양숙 여사와 합류해 최근 복원공사를 마친 경복궁 근정전을 관람하고 산책을 하면서 청와대로 돌아갔다.노 대통령은 경복궁에서 안내를 하던 관리소장 등에게 서쪽 옛 통인문을 가리키며 사법시험 동기(17회)인 안대희(安大熙) 대검중수부장과의 '추억'을 되살리면서 "요즘 다른 정치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나도 안 부장 때문에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1975년 4월20일 사시에 합격한 뒤 경복궁 안에 있던 중앙청 건물에 합격증을 받으러 왔다가 시간이 일러 근처 찻집에서 기다렸다"면서 "그때 최연소 합격자인 안 부장을 만나 서로 '통지서 받으러 왔느냐'고 인사를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둘 다 (건널목이 없었던 서문 쪽으로) 길을 건너려다 들켜서 쭉 돌아서 갔다"고 회고했다.
노 대통령은 관람객들이 자신 주변으로 모여들자 "나도 구경하려 왔는데 내가 구경거리가 됐다"며 함께 사진을 찍어주는 등 1시간 가까이 산책을 하며 여유를 즐겼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소주를 곁들이며 북어찜, 낙지볶음, 육개장으로 기자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 노 대통령이 기자들과 청와대 외부에서 식사를 한 것은 처음이며, 역대 대통령으로 볼 때도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소주 반잔을 마시면서 "이거 오랜만이다. 청와대에선 소주를 주지 않는다"고 반색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특검법안에 대한 입장과 이라크 파병문제 등 각종 국정현안에 대해 꽤 많은 뒷얘기들을 공개했지만, 특검 문제를 제외한 모든 발언에 대해 비보도를 요청했다.
/고주희기자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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