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 없었을 때는 그 많은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었을까?'MBC 드라마 '대장금'이 시청률 50%대 진입을 눈 앞에 둘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MBC가 제작하는 프로그램마다 대장금관련 소재를 다뤄 시청률 올리기에 나섰다. '강금실 장관은 정치계의 이영애', '정치인도 장금이를 배웁시다' 등 어떤 소재건 대장금과의 연관성을 부각하느라 여념이 없다. 급기야 9시 뉴스데스크의 클로징 멘트로도 등장했다. 9일 주말 뉴스데스크에서 최일구 앵커는 장금이 과욕을 부리다가 첫 번째 경합에서 진 사례를 들어 "남을 이기기 위한 음식을 만들다가 진 장금의 예를 교훈 삼아 정치인도 반성해야 한다"는 내용을 뉴스 마지막 부분 '데스크 생각'으로 처리했다.
지난 한 주만 해도 MBC에서 방송한 대장금 관련 프로그램이 10여 개에 이른다. 10일 방송된 '아주 특별한 아침'(오전 8시)은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활약상을 다루면서 대장금을 끌어들였다. 최근 여의도 정가에서 강장관을 '프라이팬을 든 여자'로 비유한다는 점을 포착해 강 장관을 '정치계의 이영애'라 칭했다.
6㎜ 프로그램에서는 더하다. 궁중음식, 한복 등 대장금과 관련한 소재가 빈번하게 등장한다. 12일 방송된 '6㎜ 세상탐험'(오전 11시·사진 왼쪽)은 '2003 대장금 열풍이 불고있다'는 제목으로 대장금의 인기와 함께 높아진 궁중음식에 대한 관심을 다뤘다. 같은 날 방송된 '생방송 화제집중'(오후 5시35분)도 '정녕 우리가 장금이보다 떴느냐? 한상궁 대 최상궁'이라는 제목으로 두 상궁의 인기몰이 현상을 다뤘다. 생방송 화제집중은 21일에도 대장금의 성공비결에 대해 분석할 예정이다.
대장금 출연진은 각종 토크쇼나 연예오락 프로그램에 단골 게스트로 등장하고 있다. 11일 방송된 '임성훈과 함께'(오전 9시45분·사진 오른쪽)에는 한상궁 양미경이 한복을 입고 출연했다. 15일 '느낌표'(오후 9시45분)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코너에는 그 전 주 이병훈 PD와 이영애의 영상메시지를 방송한 데 이어 이세영(어린 금영), 홍리나, 박정수, 임현식, 견미리 등 출연자들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대장금 패러디 코너까지 생겨났다. '코미디 하우스'는 슈가의 아유미(장금) 이경실(한상궁) 조혜련(최상궁) 박명수(금영) 등이 출연하는 '장금아 장금아'를 매주 내보낼 예정이다. 얼마 전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를 패러디한 '옥탑방 구렁이'를 내보낸 적이 있긴 하지만 방송 중인 드라마를 패러디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조희진 PD는 "패러디도 코미디의 일부이고, 대장금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 있는 만큼 반응이 좋을 것 같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지나친 자사 프로그램 광고 아니냐, 프로그램의 획일화로 시청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등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지나치게 부정적인 평가는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 운동본부 강혜란 사무국장은 "물론 자사 광고적인 성격도 있다. 하지만 대장금은 궁중 암투에 머물러 있던 사극에 교훈적 요소를 첨가했고 그에 따른 사회현상을 불러 오고 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그 긍정적 측면을 적극적으로 살려낼 필요성도 있다"고 밝혔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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