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5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에 이어 재계랭킹 2위 LG의 구본무 회장까지 출국 금지된 것으로 밝혀지자 "검찰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오너까지 다칠 수 있다는 최후통첩이 아니냐"고 아연 긴장하면서도 검찰의 압박성 수사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재계는 SK사태를 제외하고 4대 그룹 총수가 출국금지된 것은 1995년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사건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놀라움을 표시하며 "당시처럼 대기업 총수가 다시 줄줄이 법정에 서는 사태가 오는 게 아니냐"고 우려를 표시했다. 재계는 특히 세계를 무대로 활발한 비즈니스 활동을 해야 하는 그룹 총수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는 그룹 전체의 대외신인도를 추락시키는 등 일파만파의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총수가 출국금지된 LG는 주말인 16일 그룹 관계자들이 출근해 검찰의 진의와 향후 사태전개에 대해 알아보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LG측은 '괘씸죄'를 우려, 검찰수사에 협조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검찰이 칼을 들이대고 있는 LG석유화학 주식에 대한 오너의 시세차익 부분 등은 이미 나온 것이거나, 민사소송이 진행중인 것이라며, 이를 다시 들추는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그룹 역시 핵심 실세인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이 출국금지된 데 대해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주요그룹들이 가장 큰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은 검찰수사가 돈을 요구해 받아간 정치권보다는 이를 제공한 기업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 검찰이 정치권에 대한 직접적인 수사가 어렵자 먼저 재계로부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A그룹 관계자는 "약자 입장에서 돈을 줄 수밖에 없는 기업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정치자금 전모를 밝히려는 것은 기업들을 두 번 죽이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자금 사안의 성격상 '고해성사'에 따른 특별사면 등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스스로 정치자금을 모두 고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이의춘기자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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