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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D<만성 폐쇄성 폐질환>/몰라서 더 위험… "끊자, 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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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D<만성 폐쇄성 폐질환>/몰라서 더 위험… "끊자, 담배"

입력
2003.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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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인 금연분위기 확산에도 불구하고 담배로 인한 폐해가 줄지 않고 있다. 흡연으로 인한 대표적인 질환은'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이미 국내 45세 이상인 성인의 8%가 COPD 환자일 정도지만 폐암에만 관심이 치우쳐 COPD의 실체는 가려져 있었다. COPD환자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나 국민건강을 해칠뿐만 아니라 막대한 의료비가 지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금연운동협의회와 한국일보는 지난 13일 '흡연에 의한 폐 손상'이란 주제로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에는 서울대 의대 호흡기내과 심영수 교수를 비롯, 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김동순 교수, 네덜란드 레이븐대학 레이브 교수 등이 참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편집자 주높은 흡연율로 COPD 증가

골초국가로 지목된 한국의 흡연율이 사회적 금연 열풍에 힘입어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현재 흡연율이 56.7%인데다가 여성과 청소년의 흡연율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기 때문. 특히 높은 흡연율에 비례해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의 유병률이 급증하고 있다.

COPD는 흡연 등으로 호흡이 곤란해지는 대표적인 호흡기 질환. 흡연을 시작한 지 20∼30년간 자각증상이 없다가 폐기능이 50% 이상 손상된 뒤에야 본색을 드러낸다. 문제는 한번 손상된 폐기능은 현대의학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는 것. 하지만 COPD에 대한 정확한 진단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흡연이 COPD 발병의 주범

실제 국내 COPD의 실태는 아주 위험한 수준이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교수는 "1999년부터 2002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된 COPD의 진료실 입원과 진료비에 대한 추이를 분석한 결과, 1999년 163만명에서 2002년 210만명으로 COPD 환자가 29.1%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더욱이 여자는 32.6%나 늘어났으며, 증상이 심각해 입원한 환자의 입원비 지출도 1999년에 308억원에서 2002년 397억원으로 28.7%나 증가했다.

COPD를 일으키는 주범은 흡연. 1992년 당시 흡연자들을 대상으로 10년 뒤인 2002년에 COPD 실태를 파악한 결과, 남자는 64.2%, 여자의 23.8%가 발병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흡연자와 비교하면 흡연 남자는 3.4배, 여자는 5.5배나 발병률이 높았다.

숨겨진 COPD 환자 많아

COPD의 위험성은 등록된 COPD 환자보다 드러나지 않은 환자가 더 많다는 것. 서울대 의대 호흡기내과 심영수 교수는 "COPD란 질병 자체가 천식과의 구별이 어려워 모르고 지나치거나 잘못 진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의료진조차도 COPD를 천식과 혼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02년 주요 질병별 외래환자 자료건수'를 살펴보면 천식은 약 390만 건, 폐기종 약 60만 건, 만성기관지염이 150만 건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COPD는 유병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7% 정도인 45만6,000건에 불과했다.

세계적인 골칫거리로 부상

COPD는 비단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네덜란드 레이든대학 레이브 교수는 "1990년 6번째 세계 주요 사망원인에 불과하던 COPD는 높은 흡연율과 질병 인식도가 낮아 2020년에는 3위로 급상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관상동맥질환, 뇌졸중 및 기타 심장혈관질환은 각각 59%, 64%, 35%씩 감소하고 있지만, COPD만 163%의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정부가 적극 나서 금연정책을 벌여 흡연율이 낮아지고 있지만, 저소득 국가에서는 흡연율이 높아져 COPD 환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흡연을 '집단학살 주범'으로 규정한 국제보건기구(WHO)는 현재 11억명에 달하는 흡연 인구가 2025년경에는 16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흡연으로 인한 COPD 환자 증가는 엄청난 사회적 손실로 이어진다. 1993년 미국에서는 약 240억달러를 지출했고, 2008년에는 이 비용이 550억달러(72조원)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WHO와 미 국립 심장, 폐 및 혈액연구소(NHLBI)는 COPD 예방과 치료를 위해 GOLD (Global Initiative for Chronic Obstructive Lung Disease)를 조직하는 등 적극적 대처에 나섰다. 2002년부터 의료진과 정책관련자, 일반인에게 COPD를 알리기 위해 '세계 COPD의 날'을 개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 달 21일 '폐의 날'에 '폐암보다 더 고통스런 COPD'라는 주제로 COPD의 경각심을 일깨울 예정이다.

금연만이 유일한 예방책

COPD를 예방하려면 금연이 유일한 방법이다. 즉 금연이 빠를수록 폐기능 감소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원래 폐기능은 25세 이후 매년 감소하지만(여성 23쭬, 남성 30쭬), 흡연자는 평균 45쭬, 담배에 민감한 사람은 연간 50∼90쭬씩 감소한다.

치료법은 약물을 지속적으로 흡입하는 것. 망가진 폐기능을 회복시킬 수는 없어도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아준다. COPD의 일반적인 치료법은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현재 COPD 치료약으로는 하루에 4번 투여하는 '아트로벤트'가 이용되고 있다. 내년 하반기에는 하루에 1번만 흡입해도 되는 '스피리바'가 국내에도 출시될 예정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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