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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만에 치아교정 완전정복? "예쁜 이" 조바심치다 "못난 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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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만에 치아교정 완전정복? "예쁜 이" 조바심치다 "못난 이" 된다

입력
2003.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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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빠르게 치아를 가지런히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멀쩡한 치아를 갈고 덧씌우는 '급속 교정치료'를 받는 것을 보면 교정의사 입장에서 마음이 아픕니다.'환자들이 원하는데 무슨 문제냐'고 할지 모르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이는 교정이 아닙니다. 급속 교정이라는 말도 우리나라에만 있습니다. 교정은 치아를 보존한 상태에서 위치만 이동시키지만, 한번 갈아낸 치아는 다시 회복할 수 없거든요." "중·고생들까지 앞니 6개를 모두 갈아내는데, 그들의 10년 뒤가 걱정스럽네요. 그저 예쁘게 보이는 것에만 신경쓰다가 제대로 관리나 할지…. 관리를 안 하면요? 나이 서른에 치아 다 뽑고 임플란트를 해야 할지도 모르죠."10일만에 급속교정

'10일만에 끝나는 교정'으로 선전되는 '초단기 급속교정'에 대해 두 명의 치과의사가 털어놓은 한탄이다. 여기서 급속교정이란 철사를 이용한 교정치료가 아니라 치아 일부를 갈아내고 예쁜 치아모양의 인공 보철물을 덧씌우는 라미네이트(laminate) 또는 크라운 시술을 말한다. 문제가 있는 치아 1∼2개만 갈던 정도를 넘어 최근엔 미용 목적으로 어금니까지 10개씩, 심지어 치아가 건강한 청소년에게까지 무분별하게 시술되고 있다.

라미네이트란 치아의 앞면을 0.5㎜정도 갈아내고 인조손톱을 붙이듯 치아 위에 덧붙이는 치아모양의 얇은 판을 가리킨다. 크라운은 치열이 비뚤어진 정도가 심할 경우 치아를 빙 돌아가며 좀더 많이 갈아낸 뒤 치아 모양을 통째로 위에서 씌우는 것이다. 원래 치아 일부가 깨졌거나, 치아 사이가 벌어졌거나, 충치로 썩은 부위를 갈아낸 뒤 하던 보철 치료가 비뚤어진 치열을 쉽고 빨리 바로잡는 교정 치료가 된 것이다.

치과 심미치료 급부상

일부 연예인들이 이를 요긴하게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요즘은 '심미치료'를 내세우는 치과들이 청소년이나 젊은 여성에게 이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 한 20대 여성은 "다른 치료를 받으러 갔는데 의사가 엉뚱하게 앞니 6개를 라미네이트 하라고 권했다. '요즘 연예인들의 가지런한 이는 다 이 시술 덕분'이라며 성공사례를 보여주는데 마음이 혹했다"고 말했다. 특히 외모에 민감한 청소년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치과는 라미네이트 교정시술의 장단점을 묻자 "성인이 교정을 받으면 치아의 뿌리가 녹아 짧아질 뿐만 아니라 다시 재발하는 단점이 있지만 라미네이트는 2번만 치과에 오면 교정이 끝난다"고 권했다. 치료비용은 치아 10개에 최고 800만원까지 받고 있었다.

라미네이트가 부상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급속'이기 때문. 기존의 교정으론 수술을 병행해도 7∼8개월은 걸리지만 라미네이트는 10일만에 2∼3번 진료로 끝난다. 대학병원의 한 치과 의사는 "통상 교정하는 데 2년 이상 걸리는 시간을 10일로 단축하고, 비용도 약간 저렴하다면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이 선호하지 않을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평생 관리 필요

하지만 다른 치과의사는 "모든 치아 보철물은 떨어지거나 깨질 가능성이 있어 영구적이지 않으며, 한번 손상된 치질은 다시는 복구되지 않으므로, 미용을 위해 치질을 삭제하는 치료라면 득실을 잘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교정 목적이라면 치아의 원래 형태를 무시하고 앞부분만 가지런히 해야 하기 때문에, 치아를 더욱 많이 깎아내야 하고 한쪽만 두꺼워지기도 해서 구강건강에 나쁠 수 있다는 것.

그는 "특히 크라운을 씌운 경우 칫솔질이 매우 어렵고, 보철물과 치아 사이의 틈새는 0.03∼0.04㎜만 벌어져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며 "틈새가 벌어진 것을 오래 방치하면 남은 이가 썩어 다시 갈아내고 크라운을 씌우거나 심하면 뽑아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라미네이트는 앞니를 무리하게 쓰면 떨어질 우려가 있고 맞닿은 이가 잘 닳는다. 크라운은 부착력은 강하나 보철물이 잇몸에 닿아있어 잇몸염증을 일으키거나 틈새가 벌어질 수 있다. 때문에 치과의사들은 보철을 한 경우 칫솔질을 꼼꼼히 하고 매년 한번정도 정기검진을 받도록 권장한다. 또 보통 10∼15년마다 보철물을 바꾸도록 하고 있다.

열흘만에 아름다운 치아를 얻기 전에 나머지 일생동안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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