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은 "증시는 넓고 거래할 종목은 많다"라는 환상에 흥분하기 쉽다. 종목이 많을수록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는 착각이다.그러나 굶주리다 초원을 만난 얼룩말들처럼 허겁지겁 이 종목 저 종목 옮겨 다니며 욕심을 내다보면 어느새 숙련된 맹수의 먹이가 되기 십상이다. 매일 수백 개의 종목을 대상으로 기술적 분석 상의 몇몇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종목들의 리스트를 저녁마다 업데이트하고 그 종목들을 매일 사고 파는 투자자들도 상당수 있다.
한 투자자가 관리할 수 있는 종목의 숫자는 기껏해야 다섯 개를 넘지 못한다든지, 세 개 정도의 종목만으로 거래하는 전략이 효율적이라는 얘기도 있다. 한 종목의 매매 타이밍을 제대로 찾을 수 없다면 여러 종목들을 쫓아다닌다고 해서 확률이 높아질 수는 없을 것이다. "여러 종목을 조금씩 알기보다는 적은 종목을 철저하게 아는 것이 유리하다"라는 얘기다.
"여러 바구니에 달걀을 나눠 담아놓고 불안해 하지 말고 한 바구니에 몽땅 집어넣고 철저하게 보고 있으라"는 얘기도 있다. 이는 분산 투자에 대한 정반대 의견이라기보다는 분산을 통해서 철저하게 시장 수익과 연동을 시키든지 아니면 아예 소수의 종목으로 철저히 승부를 내라는 충고다.
투자에 있어 어떤 사람은 그 종목의 이름만 들어봤어도 그 종목을 안다고 푸근해 하지만, 어떤 투자자들은 그 회사가 만들어내는 제품의 화학식까지 알고 있어도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어느 기업의 가치(자산가치, 수익가치)를 산정해 내고, 그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을 찾아서 그 변수들의 동향을 분석 예측하고, 그것들이 전체 시장의 움직임 속에서 주가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까를 알고 있는 것이 아마도 기본적 분석의 핵심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일반 투자자들이 이 정도의 지식을 항상 업데이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최근에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한 종목에만 투자하는 주식형 사모펀드가 허용되었다는 소식이다. 한 종목이라도 그 종목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진정한 의미의 동업자처럼 투자를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주주 중심의 경영을 하는 기업들이나 환경 친화적인 기업 등에 투자하는 펀드도 곧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투자자들로서는 환영할 만한 상품이 될 것이다.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리서치팀장 hunter@cjcyb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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