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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잡곡밥/소화 힘들면 되레 역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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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잡곡밥/소화 힘들면 되레 역효과

입력
2003.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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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 딸을 둔 A씨는 아토피성 피부염과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는 딸을 위해 식단을 바꾸기로 했다. 쌀밥 대신 찹쌀현미를 섞고, 조금 지나선 아예 오곡혼합식을 해 먹였다. 그러나 딸아이가 자주 배가 아프다고 하고 밥을 먹는 도중에도 설사 때문에 화장실을 들락거리기 일쑤였다.건강을 생각한다며 식탁을 잡곡밥이나 선식으로 채우는 가정이 늘고 있다. 부모가 고혈압, 당뇨 등을 앓거나 아이의 아토피가 심해서 일부러 흰 쌀밥을 피하는 경우다. 그러나 아이가 너무 어리다면 잡곡도 가려 먹여야 한다.

도원아이한의원 채기원 원장은 "만 2∼3세까지는 소화기와 치아의 발육이 미진하기 때문에 아무리 영양성분이 좋아도 흡수가 안돼 오히려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 있다"며 "3세가 넘어 잡곡을 한가지씩만 섞여 3일에 하루 정도만 먹이는 것이 적당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조심해야 할 것이 현미. 현미의 껍질은 아무리 씹어도 잘 분해되지 않아 설사나 복통을 일으킬 수 있다. 반면 찹쌀이나 콩은 큰 문제가 없으나 콩의 경우 간혹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만 2세가 넘어 먹이는 게 좋다. 삼키기를 어려워 하는 아이에겐 두부나 두유로 섭취하면 된다.

3세가 넘었더라도 소화기가 약한 아이들은 6세까지는 잡곡을 조심해야 한다. 보통 '아이가 허한 것 같다'며 한의원을 찾으면 대부분 비위기능이 약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평소 아이 얼굴색이 누렇거나 푸석하고, 손가락 끝에 가시랭이가 잘 일어나고, 툭하면 체하거나 입냄새가 나는 아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아이들은 식욕이 없고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와 두통을 자주 호소하곤 한다. 한의학적으로 기혈순환이 좋지 않으면 목 부위에 기운이 정체돼 딱딱하거나 덩어리진 음식을 잘 삼키지 못하는데 이런 아이들도 잡곡밥을 피하는 게 좋다.

잡곡이 아이에게 잘 맞는지 알아보려면 여러가지 잡곡을 한꺼번에 섞지 말고 보리, 수수,콩, 조 등을 하나씩만 밥에 섞어 먹이면서 밥을 먹은 후 변이 달라지지 않았는지,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하지 않는지 반응을 살펴보도록 한다.

채 원장은 "뇌 발육이 왕성한 만 4세까지는 탄수화물이 중요한 영양성분이므로 쌀밥을 충분히 먹는 것이 좋다"며 "굳이 단백질, 비타민 등 다른 영양성분을 공급하고 싶다면 다른 잡곡보다 찹쌀을 30∼50% 정도 섞여 먹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영아에 이유식을 줄 때도 찹쌀을 충분히 불려 미음을 만들어 먹이면 된다.

또한 기름진 인스턴트식품이나 찬 음식 등을 될 수 있는 대로 제한하고 식사는 일정한 시간에 꼭꼭 씹어먹는 습관을 들이도록 해야 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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