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제조업 공동화가 선진국과 비교할 때 비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1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제조업 공동화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전자통신장비업종의 해외투자비중이 1990년 6.4%에서 2001년에는 37.3%까지 치솟았다. 이는 해외 투자가 과거 섬유·의류산업에서 최근에는 휴대폰을 비롯한 전기·전자, 기계 분야 등 성장 주력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를 더하고 있다.
성장 잠재력을 가늠할 수 있는 전체 설비투자액도 96년 44조원에서 지난해에는 절반 이하인 20조원으로 떨어졌다. 특히 90년대 중반이후 성장을 주도하였던 정보기술(IT) 등 정보통신 관련 설비투자마저 2001년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성장 잠재력에 이미 적신호가 켜졌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 1만달러 시점에서 서비스업 비중(51.4%)이 미국(63.6%), 영국(60.2%) 뿐만 아니라 제조업이 강한 독일(55.7%), 일본(56.4%) 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증가에 따라 제조업 비중이 줄고 서비스업 비중이 증가하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우리의 경우는 다소 비정상적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이 미국과 일본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고 그나마 비생산적 서비스업 비중이 높다고 보고서는 우려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물류나 제조업 지원 서비스 등 생산적 서비스업 비중(6.9%)이 미국, 영국, 독일 (13∼20%) 등 선진국과 2배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는 반면 음식, 숙박업, 부동산 등 비생산적 서비스업 비중은 오히려 선진국을 크게 웃돌고 있다.
상의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서비스업의 성장 기여도가 낮아 미국과 달리 제조업 없이 서비스업만으로 지탱하기 어렵다"며 "수도권 입지규제 완화, 노사관계 선진화 등 경제 불확실성 제거와 규제 해소에 주력, 비정상적인 산업 공동화로 인한 폐해를 막아야 할 것"고 지적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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